Generating Harms, 권력과 진보
내가 지금껏 먹고 살아온 수단이긴 하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IT 업계가 만들어 낸 사회 모습은 꿈꾸던 장밋빛 미래와 괴리가 크다.
SNS가 사람 간의 결속을 강화하고 민주주의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믿었으나 정작 개인은 고립되고 혐오와 가짜 정보만 무분별하게 넘친다.
개인화 맞춤 서비스는 개인정보를 유출했고, 혁신적인 줄 알았던 광고 기반 사업모델은 자극적인 정보가 기승을 부리게 만들었다. 이제 온통 광고로 뒤덮여 내용을 볼 수도 없는 웹페이지뿐이며 언론은 앞장서서 스스로 망가졌다.
개인에게 자유를 선사하고 자원의 효율적 공유를 이끌어낼 것만 같았던 Geek Economy와 Sharing Economy는 착취의 구조를 만들었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투기 시장을 만들었고, 필요하지 않은 영역에 억지로 적용하며 엄청난 리소스를 낭비하고 있다.
Generative AI는 또 무엇을 어떻게 바꿀까.
극단의 자본주의와 결합한 기술이 만들어낼 브레이크 없는 미래가 우려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방향을 거부할 때 나만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마치 기후위기 문제와도 같다. 다 같이 경쟁에 뛰어들어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냐, 혼자 자제하고 방향을 바꾸려고 노력하다가 경쟁자들에게 밀려 도태될 것이냐.
선진국의 훌륭한 입법가들이 규제를 만들고 방향을 잡아주지 않을까 무책임한 기대를 해본다. 어떻게든 잘 풀리지 않을까, 설마 내 세대에서 진보가 끝나지는 않겠지. 하지만 어찌 보면 과거 역사와 비교해 볼 때 평온한 시기가 꽤나 길었었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