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베이스캠프면 충분하다
남편은 백령도로 2박 3일간 출장을, 아들은 2박 3일간 제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두 남자가 없는 시간 동안, 나는 출근을 했고 아들이 없는 동안 이불을 세탁해서 침대를 정리하고 전쟁터 같은 방을 청소해서 사람이 사는 방으로 바꾸어 놓았다. 저녁을 하지 않아도 되니 퇴근을 해도 마음이 여유로웠다.
자기 전, 아들에게 보낸 카톡을 확인한다. 아들은 엄마의 카톡을 읽지도 않은 채 무소식이다. 노느라 바쁜가 보다 하고 만다. 집에서는 나름 살가운 아들이지만 나가서 엄마 생각할 시간은 없는 무심한 아들. 잘 지내고 있어요, 한 마디 남기지 않는 걸 서운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음 날 전화기 배터리가 없어 연락을 못 했다고 짧은 톡이 왔다.
남편은 떠나면서 배를 타거나 목적지에 도착하면 생사보고가 확실하다. 혼자 잘 지내고 있으라고 염려도 해준다. 볼 일을 다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전화로 하루 이야기를 해준다. 잠시 돌아본 풍경의 사진도 보내준다. 긴 통화는 아니지만, 나는 짧은 메시지와 통화로 잘 지내고 있구나 안도한다.
각자의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듣는 두 남자의 이야기.
아들은 일정 중, 오설록이 제일 좋았고 밥이 맛있어서 매 끼니를 엄청 잘 먹었노라고. 그러고 보니 배도 더 나오고 살이 쪄서 온 것 같다. 남편은 안개 때문에 배가 운항을 하지 않아 하룻밤을 더 묵게 되어 이틀 밤을 섬에서 보내게 된 이야기를 한다. 아들은 오설록에서 차티백과 귀여운 열쇠고리를 사 오고, 남편은 백령도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두 남자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베이스캠프가 되어, 떠나도 돌아올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
떠난 여정의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피곤한 몸을 누이고, 쉼을 누린다.
4월의 어느 날, 결혼한 지 열여덜번째 해가 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싸우기도 숱하게 싸웠다. 왜 이렇게 취향도 성격도 다른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알콩 달콩이 아닌, 아옹다옹 살아야 하나라는 의문은 끝이 없었다.
그 사이에서 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크면 클수록 취향과 성격이 다른 한 사람이 또 있었다. 2인 3각도 힘겨운데 자기도 한몫하겠다고 3인 4각으로 더 버거운 경기를 만든다. 맞추어 걸어가는 걸음 사이사이, 짜증과 포기와 고성이 오고 간다. 네가 맞다, 내가 맞다. 네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 서로 안달을 했다. 집이라는 공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끝없이 무언가를 요구하며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다.
그리고 조금씩 깨닫는다.
왜 발을 묶고 걷지?
왜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끝없이 요구하지?
각자 걸으면 되잖아.
나름의 속도와 방향과 방법대로 걸어가면 되잖아.
공간을 띄우고, 한 발자국 물러서서 보니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
가족은 그저,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그리움이 될 수 있게, 서로를 조용히 격려하는 베이스캠프면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