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한 빗길
이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유난히 비가 자주 내렸다.
급하게 집을 구해야 했기에 차 없이 지내야 했고
퇴근 후 아이들을 픽업하는 길은 집에서 20분가량 걸어야 했다. 어린 두 아이와 함께 걷기에는 꽤 먼 거리였다.
먼저 다섯 살 둘째를 유치원에서 데려왔다.
작은 우비를 입혀놓고 여덟 살 첫째가 있는 지역아동센터로 향했다.
첫째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세 사람 모두 우비를 입었지만 바지는 흠뻑 젖어가고, 신발 속까지 차갑게 스며들었다.
아이 둘의 손을 꼭 잡고 비를 맞으며 걷는 내 모습이 문득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혼 후의 현실이 그대로 빗속에 드러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그런데 그 순간
아이들이 내 손을 놓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우비를 펄럭이며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며 뛰어놀고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 웃고 있었다.
나는 당황했지만 동시에 숨이 멎을 만큼 낯선 장면 앞에 멈춰섰다.
이혼 전에는 아이들이 늘 차에 태워져 이동했기에 빗속을 걸으며 웅덩이를 뛰어노는 경험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나는 젖은 신발에 울적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순간이 새로운 세상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들은 불편을 모르고, 새로운 경험에 눈을 반짝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비가 가르쳐준 것
그때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래,
옷이 젖으면 집에 가서 씻고 갈아입으면 되는 일이다.
비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내 마음이 여유를 잃어서였을 뿐 아이들의 눈에는 그저 새로운 놀이터가 펼쳐진 것뿐이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삶이 힘들고 고단해도 그 안에서 즐길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이 길이 초라하게만 보였던 건, 나 혼자 힘듦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웃었고 그 웃음이 나에게도 스며들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적셔주었다.
비가 와도 괜찮다.
옷이 젖으면 갈아입으면 되고
길이 미끄러우면 천천히 걸으면 된다.
삶 역시 그렇다.
힘든 순간에도 웃을 수 있다면
그 길은 여전히 걸어갈 만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