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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Aug 12. 2020

확실하게 이긴다는 변호사는 확실하게 진다

왜 의뢰인은 자기 돈을 주고 엉뚱한 브로커에게 사건을 맡길까

이 사건은 확실히 이길 수 있습니까?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러면 항상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하신 말씀이 전부 사실이라면 이길 수 있습니다만, 확실하다고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상, 의뢰인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임차인이 3개월 넘게 월세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뿐, '고장 난 보일러를 수리해 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보일러를 수리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사실관계가 재판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를 의뢰인 스스로 잘 판단할 수 있다면 사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다. 변호사에게는 사건과 관련된 최대한의 정보를 주고, 그중 어떤 내용이 중요한 것인지는 변호사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알고 있는 사실관계를 말하지 않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의뢰인의 말만 믿고 소송에 들어갔더니 의뢰인이 말하지 않은 사실관계 때문에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뢰인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 번은 어느 회사 회장 직함을 가진 나이 지긋하신 분이 직원 몇 명과 함께 찾아와서는 자신이 소유하던 토지가 시에 수용되었는데, 시가 감정을 잘못해서 보상금이 너무 적게 나왔다고 하였다. 원래는 '논'이었는데, 시에서 하천을 정비한다며 십여 년 전에 땅을 파고 도랑을 만들더니, 토지의 가격을 논이 아니라 도랑으로 감정하였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바로 해당 토지의 60년대 항공사진을 찾아보았더니, 십여 년 전 도랑을 팠다는 의뢰인의 말과 달리 60년대에도 같은 자리에 도랑이 있었다. 과거 항공사진을 찾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데, 자신들이 찾는 방법을 모르니 변호사도 속아 넘어가겠지 하는 생각에 어설픈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분들은 무안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럼 소송을 못하는 것이냐?"라고 물었고, 나는 "지금 변호사에게 소송사기를 공모하자고 하는 것이냐"며 화를 내고 돌려보냈다. 그분들은 아마 그 거짓말을 믿어줄 수 있는 다른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서 소송을 하고 패소 판결을 받았을 것이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말만이 사실이라는 '가정'을 하고 소송을 하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변호사라면 의뢰인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모두 말하였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의뢰인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거짓말을 하거나 중요한 사실관계를 말하지 않았을 때가 많으므로, 의뢰인에게 승소할 것이라는 '확답'은 하지 않는다.


또한, 의뢰인이 중요한 사실관계를 모두 솔직하게 빠짐없이 이야기하였다고 하더라도, 변호사가 법률조항을 잘 몰랐거나, 오해하였거나, 변경된 판례의 취지를 몰랐을 때도 있다. 의뢰인들이 가져오는 사건은 매우 다양한데, 상담 전에 미리 사건의 개요라도 알려주고 상담료나 자문비용을 선결제한 후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많은 의뢰인들은 전화나 방문상담을 할 때 그 즉시 어떠한 답이라도 듣기를 원하고, 상담료 역시 후불로 결제하거나 결제하지 않을 때도 많으므로, 변호사 입장에서는 그저 '내가 알고 있는 법은 이러이러하니까 이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 조항이나 판례도 이러이러할 것이다'라고 추측해서 대답할 때도 많다. 그런데 막상 사건을 수임하여 자세히 검토해 봤더니, 변호사가 법을 잘못 알고 있거나 판례가 변경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변호사가 모든 법과 판례를 다 외우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복잡한 사건일수록 변호사가 잘못 판단할 경우가 많다.


변호사가 자주 접하는 사건인 경우라면 모를까, 특이한 사건을 가져왔는데 검토하지도 않고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판결을 받기 전까지 '확실한 패소'를 예상할 수는 있어도, '확실한 승소'를 예상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확실하게 이긴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소송 경험이 적은 변호사이거나, 사건을 수임하기 위하여 그냥 하는 말이거나, 변호사가 아닌 브로커일 것이다.


이혼 사건의 경우에는 '승소'를 장담할 수 있는 때는 많다. 그런데 승소가 중요한 경우는 '이혼이 되느냐 마느냐'를 다투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밖에 없으므로, 실제로 변호사가 승소한다고 장담하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이혼 사건을 의뢰하는 의뢰인은 대개는 이혼에 대해서는 상대방도 동의한 상황이나 위자료나 재산분할, 친권, 양육권, 양육비 등에 다툼이 있는 경우다. 그런데 이혼과 위자료 등을 청구하여 위자료는 받지 못하였으나 이혼이 되는 경우라도 '승소'라고 할 수 있으므로, 사실 승소가 의미 없을 때가 많다.


이혼 사건에서는 대개 아이를 누가 키울 것인지는 사실상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 없는 때가 많고, 위자료보다는 재산분할금의 비중이 훨씬 많을 때가 많다. 그런데 재산분할 청구는 엄밀히 말하자면 '소송'이 아니라 '비송'이기 때문에 '승소'나 '패소'의 개념이 있을 수 없다. 가령 재산분할로 1억 원을 청구하였는데 5,000만 원을 받게 되었을 때 이를 승소나 패소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법원에서는 원고가 청구한 금액의 한도 내에서만 판단하므로, 재산분할을 1억 원으로 청구했는데 2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따라서, 변호사 입장에서는 항상 예상되는 판결금보다 더 청구할 수밖에 없다. 1억 원을 청구하였는데 1억 원을 지급받으라는 판결이 나왔다면, 2억 원을 청구하였을 때는 더 많은 금액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즉, 1억 원을 청구하였는데 5,000만 원이 나왔다고 하여 이를 패소라고 할 수는 없다. 반면, 변호사가 성실하게 사건을 수행하였다면 7,000만 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건에서 1억 원을 청구하여 5,000만 원을 지급받는 결과가 나왔다면, 이를 승소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대개의 이혼 사건은 '승소'나 '패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왔는지가 중요한 것이어서, 승소나 패소를 논의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가 많다.


가끔 이혼 소송을 상담하면서 '다른 사무실에서는 확실하게 이긴다고 했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 '이긴다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거나, 승패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는 사건에서 승소를 장담하며 의뢰인을 현혹하는 곳에서 실제로 사건을 수임한 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명약관화하다.


아주 간단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확실한 승소'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가령 'A가 B에게 1,000만 원을 빌려주고 차용증까지 썼는데 B가 갚지 않는다'라는 사실로 A가 소위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한 상황과 같이 단순한 사건이라도 A의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다. 그 대여금이 가령 윤락행위를 전제로 하는 '선불금'인 경우에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반환청구를 할 수 없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제 사건에서는 여러가지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변호사들은 확실한 승소를 장담하지 못한다. 변호사들이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경우는 의뢰인이 확실하게 '패소'하는 때다. 법상으로 허용되지 않는 청구, 가령 이미 패소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서 다른 특별한 사정도 없이 그저 억울하다는 이유만으로 재심을 청구한다면 당연히 패소가 확실하다. 이러한 경우라면 '패소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당연히 사건을 수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의뢰인들은 '확실하게' 승소를 장담하는 쪽을 선호하고, 확실하게 승소를 장담하는 사무실에 사건을 의뢰하는 때가 많다. 확실하게 대답을 하지 않으면 변호사가 자신감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전문성이 없다고 생각할 때도 많다. 변호사의 자신감으로 사실관계가 바뀌는 것도 법이 바뀌는 것도 아니며, 법을 잘 알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더욱 확실하게 말할 수 없게 된다.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사건을 중개해 주면 수임료의 일정부분을 인센티브로 받는 브로커들이 아직도 많다. 당연히 불법이다. 대개는 계약을 할 때까지 '변호사는 바쁘다'면서 변호사와의 상담을 피하거나, 대부분의 상담을 브로커가 하면서 변호사는 간단하게 말만 들어주고 상담을 끝내곤 한다. 브로커들은 다양한 직책을 가지고 있다. 사무장이라고 할 때도 있고, 실장이라고 할 때도 있고, 요즘엔 '전문가'내지는 '법률전문가'라는 알 수 없는 명칭을 쓰기도 한다. 사무장이라고 해서 브로커인 것은 아니지만, 브로커들은 '사무장'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을 즐겨한다. 


브로커들은 대개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니 브로커를 하는 것이다. 법을 잘 안다면 스스로 변호사를 하였을 것이다. 법을 잘 모르고, 재판 경험도 거의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브로커들은 쉽게 '확실하게 승소한다'고 장담하곤 한다. 브로커들은 대개 고액의 수임료를 제시한다. 성공보수로 10%이상을 부를 때도 많다.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사건을 열심히 할 여유가 없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보통 브로커들은 수임료의 30~50%의 인센티브를 요구한다. 인센티브가 40%라고 한다면 수임료로 500만 원을 받았다면 이 중 브로커의 몫은 200만 원이다. 나머지 300만 원으로 사무실 임차료, 운영비, 직원 월급, 광고비, 세금 등을 다 감당하고 나머지 돈만 변호사의 몫이다. 지방의 경우라도 사무실 운영비로 지출하는 돈은 매월 500~1,000만 원 정도이고, 서울의 경우 사무실 임차료만해도 그 정도 들어갈 때가 많다. 그래서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면 변호사 한 명이 한 달에 3~4건 수임해서는 도저히 사무실을 운영할 수 없다.


한 달 3~4건이 적은 것이 아니다. 형사사건은 비교적 일찍 끝나지만, 민사나 가사사건은 1년씩 하는 경우도 많다. 매달 2건씩 꾸준히 수임해도 한달에 20여건을 동시에 처리해야한다. 주말과 휴일을 감안하면 하루에 한 건이다. 매달 10건을 수임하면 한달에 100건, 즉 하루에 5건의 사건을 처리해야하며, 변호사가 매일 야근을 해도 한 사건 당 주어지는 시간은 한달에 2시간을 넘기기 힘들다. 결국 브로커를 통해 들어온 사건은 일단 수임하고 방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라고 장담하는 것은 변호사가 그저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거나, 법률 지식이 부족하거나, 경험이 없는 것이다. 아니면 변호사가 아니라 법률 지식이 검증되지 않은 브로커가 하는 말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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