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시장이 많이 혼탁합니다. 예전에는 브로커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알음알음으로 변호사를 찾기보다는 인터넷으로 많이 찾다 보니 오히려 거짓, 과장 광고들이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제 주변 변호사님들은 차마 양심적으로 그런 광고를 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소수의 로펌들이 하는 거짓 광고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이 많은 비용을 쓰고도 성실한 변호사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거짓말로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진정한 실력으로만 광고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거짓 광고 유형들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습니다.
설마 잘못 본 것이겠지...
이 광고를 처음 본 것은 제가 변호사가 막 되었을 거의 1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은 국내에 손꼽히는 대형로펌이 된 곳인데 당시에도 규모가 꽤 있어서 눈에 많이 띄는 로펌이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근처에 걸려있던 그 광고에는 정장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변호사님의 사진 옆에 아주 커다란 글씨로 '검사출신 이혼전문변호사'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처음 그 광고를 본 것은 서울가정법원에 재판을 가던 중이었는데 너무 웃겨서 내가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돌아가던 중에 생각이 나서 일부러 찾아가 봤더니 정말로 '검사출신 이혼전문변호사'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사진까지 찍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광고를 다른 동료 변호사들에게 얘기했더니 하나같이 광고 실물 사진을 보기 전까지 믿지 않았습니다. 너무 안 어울리는 조합이기 때문이죠.
'검사출신 형사전문변호사'라고 하면 전관예우가 될지는 둘째 치더라도, 적어도 그동안 오로지 형사사건만 해 온 사람이겠구나, 공격을 많이 해 봤으니 방어도 잘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검사출신이면 이혼 사건은 퇴임할 때까지 한 번도 안 해봤다는 얘기가 됩니다. 게다가 변호사는 1~2년 차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요즘엔 처음부터 단독으로 개업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대개는 다른 선배 변호사 밑에서 실무를 배우기 때문이죠. 송무를 주로 하는 변호사는 한 5년 차만 넘어가도 고용변호사로 취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개는 개업을 하거나 로펌의 파트너로 가곤 합니다. 이유는 사실 돈인 것 같습니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비싼 변호사 월급을 계속 올려주기가 곤란해서 채용한 변호사가 금방 나가는 것도 싫지만 너무 오래 있으면 좀 애매해집니다.
고용 변호사 시절을 거쳐야 선배 혹은 상사로부터 내가 틀린 것을 지적받거나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된다고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적질을 할 윗사람이 없으면 그만큼 실무를 배울 기회가 없는 것이겠죠. 열정페이와는 좀 개념이 다를 겁니다. 요즘 변호사는 1년 차도 월급이 제법 되니까요.
어쨌든, 검사출신 변호사라면 그동안 형사사건이면 몰라도 이혼 사건은 변호사가 되고 나서야 처음 해 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변호사가 되었을 때는 이미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는 위치가 아니라 후배 변호사에게 지시하는 위치에 있는 게 일반적이겠죠. 그러니 아마 검사에서 퇴임하고 처음 변호사 시장으로 나왔을 때에는 참 막막했을 것 같습니다.
검사 출신이라고 해서 이혼 사건을 잘 못할 것이라는 건 편견이긴 합니다. 검사 출신이어도 이혼 사건을 굉장히 잘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그런데 의도가 참 불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검사 출신 변호사를 찾는 건 전관예우 때문이겠지요. 이혼 사건에서도 검사의 소위 '전관 빨'이 먹힐까요?
법원 옆에는 항상 검찰청이 있습니다. 꼭 붙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항상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죠. 바로 가정법원입니다. 가정법원 옆에는 검찰청이 없습니다. 가사 사건에는 검찰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이혼 사건은 검사와 무관합니다. 그러니 전관 빨도 먹힐 리가 없고 애초에 '검사출신'과 '이혼전문변호사'는 좀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어떤 이혼 사건을 굉장히 잘하는 이혼전문변호사가 검사 출신일 수는 있겠지만, 검사출신이니 이혼 사건을 잘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검사출신 이혼전문변호사'라는 광고문구가 근 10년 전 우연히 보았던 웃기는 해프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나서 방금 검색해 보니 의외로 저런 문구로 광고를 하는 곳이 아주 많이 보였습니다. 이게 광고 효과가 있다는 것 같은데 너무 놀랍습니다.
이혼전문변호사가 검사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해서 광고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일까요? 그 광고를 보고 찾아올 의뢰인을 얼마나 우습게 볼까 생각하면 참 마음이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