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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전문변호사를 140만 원에 잘 써먹는 법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저는 포털 앱에 들어가면 죄다 변호사 광고만 나옵니다. 포털의 알고리즘이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탓이겠죠.


얼마 전부터 제 눈에 띄는 광고가 있었는데, 바로 이혼 사건 수임료가 140만 원이라는 광고였습니다. 그것도 이혼 업계에서는 제법 이름 있는 큰 로펌에서 말이죠. 사건을 대량으로 수임하지 않는 저희 사무실에서는 할 수 없는 가격입니다.


성공보수를 굉장히 많이 잡은 것일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송이 아니라 조정이더군요.


조정은 당사자가 합의를 하는 과정입니다. 변호사만 출석해도 된다고 광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사소송법에서 당사자출석주의를 규정하고 있어서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어도 당사자 본인의 출석은 의무사항입니다. 변호사만 출석해도 그냥 봐주는 판사도 많기는 합니다만, 당사자가 꼭 출석해야 한다고 하고 출석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판사도 꽤 많습니다.


조정에서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되면 법원에서는 그 합의된 내용으로 조정조서를 작성하게 되고, 조정조서는 확정된 판결문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서 강제집행도 가능합니다.


그러면 조정이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드물게 조정으로 해결하는 게 좋은 사건이 있지만, 대개는 그냥 처음부터 소송을 하는 게 더 낫습니다. 조정으로 합의가 될 것 같으면 그냥 비싼 돈을 들일 필요 없이 협의이혼을 하면 되니까요. 아마 해당 로펌에서도 어차피 대부분 의뢰인들은 정작 상담 후에는 처음부터 조정을 하자고 하지 않을 테니 일단 싸게 불러서 상담을 유도하려는 속셈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조정 이후 소송 사건은 별도로 약정하니까 수임료를 추가로 받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술에는 굉장한 맹점이 있습니다.


조정도 소송과 거의 동일하게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가령 증거신청이 가능하고 조정기일도 여러 번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조정으로 의뢰한 다음, 담당변호사에게 소송처럼 쟁점도 정리해 주시고 상대방 재산내역도 싹 다 조회신청 해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모든 쟁점과 필요한 사항이 다 정리된 후 만약 조정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즉, 조정이 불성립되면) 소송절차로 넘어갈 텐데, 그때는 이미 쟁점 정리가 끝난 상황이라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변호사 선임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즉, 수임료가 싼 조정을 의뢰해서 비싼 소송 사건을 맡기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계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정불성립으로 끝나면 성공보수도 없는 게 아닐까요?


아, 저희 사무실은 조정만 따로 싸게 의뢰받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저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수임료가 꽤 비쌉니다. 그러니 저희와 달리 조정을 싸게 수임한다는 곳에서만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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