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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소송포털에 바라는 것

전자소송제도는 법원과 당사자, 변호사 모두에게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입니다. 2000년대 초반 도입 이후 점차 확대되어 이제는 대부분의 민사 사건에서 전자소송이 필수적인 절차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제도의 성숙도에 비해, 실제 현장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특히 변호사나 법률사무소 직원처럼 매일같이 전자소송포털을 활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작은 불편도 반복될 경우 상당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전자소송포털을 매일 사용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불편한 몇 가지 사안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 사건 관리 기능의 한계


전자소송포털의 ‘나의 사건 관리’ 메뉴는 현재 보전처분이나 민사집행 사건만 ‘완료된 사건’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본소, 반소, 병합 등 사건이 얽히고설켜 사건 목록이 지나치게 길어집니다. 예를 들어, 본소 사건 하나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반소가 제기되고, 별도의 가압류 사건이 존재하며, 심지어 사건이 병합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이때 사건 목록에서 원하는 사건을 찾기 위해 스크롤을 끝없이 내려야 하는 불편이 발생합니다.


간단히 ‘사건 가리기’ 기능만 추가되어도 이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원치 않는 사건은 단순히 목록에서 보이지 않게 설정하고, 필요할 때만 다시 불러올 수 있다면 관리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2. 문서 출력 방식의 불필요한 제약


현재 전자소송포털에서 제공하는 문서 확인 방식은 종이 출력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소송의 본질은 ‘비대면·비종이’ 절차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종이로 출력하든 PDF로 저장하든 위변조 가능성은 동일합니다. 오히려 PDF 파일로 제공될 경우 보관, 검색, 공유가 용이해집니다.


실무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프린트 출력이 기본값처럼 설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24에서 발급받는 서류들이나 심지어 법원에서 관리하는 가족관계등록시스템조차도 PDF파일로 각종 증명서를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판결서나 송달, 확정 증명서 등을 굳이 종이로 출력해야만 하는지 의문입니다.


3. 맥(Mac) 사용자에 대한 배려 부족


전자소송포털은 사실상 윈도우 환경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들어 맥 사용자의 경우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어 주민등록번호 입력 시 뒷번호가 가려져 표시됩니다. 보안장치(바코드)가 들어간 각종 증명서들도 출력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맥에서는 사건 서류를 ‘한 번에 다운로드’하는 기능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다수의 문서를 내려받아야 하는 사건에서는 하나하나 클릭하여 저장해야 하는데, 이는 업무 효율성을 현저히 떨어뜨립니다. 법원이 진정한 ‘전자화’를 추구한다면 특정 운영체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환경에서 동일한 편의성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4. 변호사 - 직원 계정의 혼란


변호사는 사무직원에게 별도의 아이디를 발급할 수 있습니다. 직원이 사건 서류를 작성·업로드하면 변호사가 인증서를 통해 서명을 하고, 그 후 법원에 제출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서명 이후의 단계입니다. 변호사가 서명을 완료하고 ‘다음’ 버튼을 누르면 문서 제출 메뉴가 활성화되는데, 직원 계정에서도 동일하게 ‘다음’을 누르면 똑같이 문서 제출 메뉴가 등장합니다. 그 결과 변호사와 직원이 “누가 제출할 것인지”를 사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중복 제출 우려가 발생합니다. 실무에서는 이 때문에 ‘직원은 여기까지만 진행하고 제출은 반드시 변호사가 한다’는 식의 내부 규칙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시스템 설계의 문제입니다. 문서 제출 권한은 변호사에게만 제한하고, 직원 계정에서는 ‘제출 전 단계’까지만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5. 송달료 납부 방식의 불합리


전자소송포털에서는 송달료를 자동이체 방식으로 납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본인 계좌만 등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문제가 발생합니다.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본인의 계좌와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송달료 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로 인해 여전히 구시대적 절차가 반복됩니다. 즉, 변호사 사무실에서 송달료나 사실조회 수수료를 미리 입금해 두고, 이후 법원 실무관이 “잔액이 부족하다”고 연락하면 다시 입금하고, 보정서를 제출하는 과정이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이는 전자소송 도입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변호사 선임이 이루어진 사건에서는 변호사 계좌를 통해 송달료 납부가 가능하도록 제도가 정비될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소송제도는 분명 큰 진전이지만, 실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사건 관리, 문서 출력 방식, 운영체제 호환성, 변호사-직원 계정의 권한 설계, 송달료 납부 방식 등은 당사자와 변호사 모두의 업무 효율성을 직접적으로 좌우합니다.


법원은 전자소송제도를 단순히 ‘형식적으로 도입된 제도’로 두지 않고, 실제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전자소송이 진정으로 종이 없는 법원, 효율적인 재판절차라는 목표에 부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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