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전략 -중

by 사유의 서랍

분리전략 -상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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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집단을 '분리'하고 외집단을 타자화하여 '비인간화'하는데는 언론의 역할이 지대했다. 정부는 정부와 연결되어 있는 언론에 정보의 형태로 루머를 흘리고, 언론은 이를 '사실'로 만들어 확산시켰다. 정부 주도의 분리전략에서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언론이다.



이언 해킹 교수가 정립한 '루핑효과(Looping Effect)'는 특정 사실이 언론매체를 통해 이슈화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이를 확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만들어진 사람들>이란 논문에서 사람들이 평소 관심을 보이지 않던 특정 사실이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 사람들이 인식하고 새로운 사실로 받아들여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고 설명했다. ... 우리가 상황 판단과 독립적인 사고 이전에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하는 단어를 먼저 떠올려 일종의 가설을 제시하고, 이 명제를 현상에 대입하는 연역적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이언 해킹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현실을 보도하는 것만이 언론의 역할이 아니라, 언론이 보도한 현실은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언론의 책임 의식과 신중한 보도 태도를 강조하기도 했다.*


분리전략에서 나타나는 '외집단'은 루핑효과에 의해 본집단에서 분리된다. 외집단의 사람들이 특별히 범죄를 많이 저지르거나 다른 사람과 특별히 다른 행동을 하는 특성이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다. 보통은 관동대지진의 사례에서처럼 '민족'이 다르거나 사는 지역이 다르거나 미국의 경우처럼 '인종'이 다른 경우가 많다. 민족이 다르다고 하여 소수민족이 바로 외집단이 되는 것은 아니고, 루핑효과에는 언론보도가 주는 '가치평가'가 함께한다.


민족이 다른 것은 아무런 가치적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연일 신문에서 특정 민족, 특정 인종의 범죄를 보도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들의 보도는 교묘하다. 일본인이 저지른 범죄에는 지역, 나이, 성별정도가 보도되는데, 조선인의 범죄는 '조선인의 살인'으로 제목에 명시하는 방법이다. 그러면 일본인의 범죄는 '그 사람'이 저지른 특이한 이벤트가 되지만, 조선인의 범죄는 조선인 전체에 이미지가 씌워진다. 백인의 범죄에는 '24세의 백인, 지나가던 사람 살해'로 명시하지 않지만 흑인의 범죄는 '18세 흑인, 지나가던 백인 살해'로 명시하여 '범죄자'의 이미지가 흑인 그룹에 덧씌워진다. 백인의 범죄는 여전히 백인 그룹의 특성이 되지 않는다. 언론의 보도는 루핑효과를 거쳐 그룹을 나누고, 그룹 간 가치의 차이를 만든다.


누군가는 흑인이 실제로 범죄를 많이 저질렀기에 '집단적 이미지'는 당연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연하지 않다. 한때 한국에서 유명했던 명명 '김여사'는 여성은 운전이 미숙해서 어이없는 사고를 낸다는 뜻을 가진 단어였다. 실제로 나이들어 운전을 배운 여성 중에 사고를 내는 사람들이 있었을테지만 그들의 숫자는 통계적으로 미미했음에도 남성이 일으킨 교통사고는 '나이'가 명시되고 여성이 일으킨 교통사고는 '성별'이 명시되는 보도행태가 반복되자 교통사고를 잘 낸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성'그룹 전체에 씌워진 것이다. 실제 교통사고를 내는 성별의 비율을 보면 남성운전자가 여성운전자의 네 배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언론의 보도행태는 교통사고를 내는 남성은 '해당 사고운전자의 개인적 특성'으로 만들고, 교통사고를 내는 여성은 '여성 집단의 미숙한 특성'으로 만든다.



루핑효과는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는 인식의 선을 만든다. 언론이 범죄나 부정적인 행위를 보도하면서 특정 그룹을 반복하여 명시하면 먼저, 특정 그룹이 분리되고, 둘째로, 특정 그룹 전체를 인식의 선 바깥으로 내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자화된 외집단을 비인간화한다.



2025.8.12

'분리' 전략 하에서 이어집니다.


*출처: 나를 피해자로 만드는 '루핑효과'란? -자기연민에 빠지는 가장 쉬운 방법, '루핑효과'를 주의하라!, 장은지, 2023.09.28, https://m.singleskorea.com/article/716984/THESINGLE

** 출처: 여성 운전자 사고 확률, 남성보다 높을까 https://www.yna.co.kr/view/AKR20171020109100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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