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왜 갑자기 코끝이 찡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뜬금없는 전개에 당황하며 ‘나 왜 이러니?’ 하고 자신에게 되묻는 순간. 이번에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왜 눈물이 차오른 건지 가만히 추리라는 걸 해 보자고.
아침 출근길, 엄마와 둘이 버스를 탄다. 엄마의 목적지는 내가 다니는 회사를 지나 몇 정거장을 더 가는 대학병원. 며칠 내 고생하던 식도염으로 검진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엄마는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중간에 먼저 내리기로 한다. 우린 서로 인사를 했고, 버스 뒷문으로 엄마가 내린다. 나는 군중 속으로 섞여 들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본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배경이 되고, 내 눈은 시야에서 엄마가 사라질 때까지 엄마를 좇는다.
가진 것은 없어도 체력만은 좋던 엄마의 젊음은 매일 조금씩 시간에 삭혀 백발이 되었다. 일상 속에서는 잘 느낄 수 없으나 시간은 흐르고 있다. 내가 부모와 가장 오래 떨어져 지낸 기간은 6개월이었다. 반년 만에 만난 부모의 모습은 매일 보던 모습과는 굉장히 달랐다. 부모의 젊음이 더는 존재하지 않음을, 남은 것은 노쇠뿐임을 여실히 깨닫고는 꽤나 서글펐더랬다.
창밖의 엄마를 좇던 시선을 거둔 후, 결론지은 슬픔의 이유는 ‘돌봄이 필요해진 엄마의 나이’였다. 눈물로 몇 초간 치솟은 나의 시력은 엄마의 젊음을 먹고 자란 자식으로서의 아린 마음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만 같다는 학부모의 기분과 비슷한 마음일까. 아이는 잘 때 가장 예쁘다던데, 부모의 자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저 짠하기만 하다. 식도염이 중병은 아니지만 병원에 같이 갔어야 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