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본 펜팔 친구의 편지 속에 정성 들여 쓴 한글 여섯 글자가 있었다. ‘개미가 묻는다.’ 나는 난데없이 등장한 개미라는 단어를 보며 잠시 머리를 굴렸다.
앞뒤 일본어의 맥락상, 그가 하려던 말은 ‘고마워’였고, 어디서 번역을 했는지 ‘고마워’라는 말 대신 ‘あり=개미’, ‘が=가’, ‘とう=묻다’로 해석되어 ‘개미가 묻는다.’로 변해 있었다. (종이 편지의 왕래가 어색하지 않던 때였으니, 만약 인터넷으로 번역했다고 해도 그 엉뚱한 결과 값이 놀랍지 않은 시절이었다.)
장미가 장미로 불리지 않아도 장미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듯, ‘고마워’라고 쓰여 있진 않았지만 그가 전하고픈 마음만은 내게 아주 잘 전해졌다. “편지 잘 받았어, 개미가 묻는다(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