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날로그 인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최신형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즐길 때도 꽤 긴 시간 폴더 폰을 들고 다녔다. 이제는 할아버지라 불리는 아빠와 같은 기종이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약정 2년이 끝난 엄마의 스마트폰을 물려받기 시작했다. 지금 사용 중인 휴대폰은 그렇게 물려받은 두 번째 폰으로 2017년산 갤럭시 J7이다.
간혹 드물게 정이 가는 물건이 있다. 유년을 함께 지낸 피노키오 책상, 뉴질랜드에 들고 갔던 하늘색 우산, 그리고 이 휴대폰이 그렇다. (그 책상과 우산은 이제 내 곁에 없다.) 겉모습은 스마트하지만 데이터 없는 이 아이는 전혀 스마트하지 않다. 대신 그가 내게 준 것은 이동 중에 ‘눈감고 호흡하기’와 ‘창밖 보며 멍 때리기’다.
아주 가끔 불편할 때가 있긴 하다. 요즘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검색이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상대방의 당연한 믿음에 부딪힐 때. 그럴 때는 팔을 치켜들고 주변의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빙글빙글 맴돌게 된다. 내게는 데이터가 없음을 그들에게 미리 알리지 못한 내 불찰이기도 하니 그 정도는 그러려니 감수하고 있다.
남들은 다 편리한 자동차를 몰고 휭 지나갈 때, 홀로 힘들게 걷기를 고집하는 기분이기도 하다. 그래도 난, 데이터 0KB를 유지할 생각이다. 퇴근과 동시에 종일 질리도록 연결되었던 인터넷과 단절될 수 있는 건, 데이터 없는 휴대폰 덕분이니까. 비록 와이파이 없이는 2G폰과 다름없는 아이지만, 그의 태생은 엄연한 스마트폰. 7년 차인 지금도 와이파이와 함께라면 날래게 화면을 바꿀 수 있다.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