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자주 휴대폰의 무게에 놀라곤 한다. 불과 십 년 전의 폴더 폰을 떠올려보면 굉장히 가벼웠는데. 디지털 인간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지금의 큰 화면은 스마트폰의 주요 요소일 테지만, 아날로그 인간인 나에게 큰 화면이란 무게만 늘리는 불필요한 기능 축에 속한다. 휴대폰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도 쉴 새 없이 채팅을 하지도 않으니 큰 화면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어서다.
휴대폰의 무게는 점심시간에 휴대폰을 놓고 다니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점심 한 시간 정도는 휴대폰을 사용할 일이 없어서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모두 예외 없이 휴대폰과 한 몸이 되어 사무실을 나선다. 식사 도중 걸려오는 업무 전화를 받고 업무 채팅을 이어가기 위해. 점심 식사에 깜박 놓고 왔다면 다시 가지러 갈 정도의 휴대폰을, 업무가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밥을 먹기 전, 음식 사진을 찍는 정도랄까.
내게 정말 무거운 것은 휴대폰의 무게가 아니었다. 휴게 시간마저 스스로 업무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의식과, 그 행동의 무게였다. 어김없이 돌아온 점심시간, 휴대폰으로의 업무 연락에 응하지 않는 ‘나’라는 계약인간(#계약인간_브런치북)은 상대적으로 밉보일 수 있는 주변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배를 채운다는 목적에만 몰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