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서

by 소소

특별히 쓸 이야기도 없으면서 쓰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남들이 읽을 만한 글이려면 뭔가 사건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경험에서 통찰을 끌어내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출근하고 퇴근하고 가끔 운동을 가는 생활엔 사건이랄 게 일어날 여지가 없다. 지루하리만치 평온한 일상. 게다가 내 머릿속은 오로지 나로 가득한 작은 방 같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는 무엇이 좋고 싫은가'...


그러니까, 나는 나에 대해서밖에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게 다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나') 생각한 끝에 에세이 수업을 들어 보기도 했다. 매주 주어지는 과제를 골똘히 고민하다 보면 그래도 조금은 나와 세상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강제성이 사라지자 나의 글쓰기는 다시 멈추었다.


일기라면 얼마든지 계속 쓸 수 있다. 하지만 남의 일기를 누가 그렇게 궁금해하겠는가. 누가 궁금해한다고 한들, 일기만 계속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기는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내밀하며, 종종 아주 찌질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라도 읽히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일기를 올려보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조그만 글씨로 한참을 쓰고도 끝내 올리지는 못했다. 글에 가득 담긴 내가 너무 적나라했다. 보여지고 싶은 마음을 꼭꼭 접어 구겨 버리고는 그냥 잤다.


나는 도대체 뭘 쓰고 싶은 걸까. 아무나와 아무 대화라도 하고 싶은 걸까. 모르겠다. 아직도 에세이는 잘 쓰지 못하겠고, 여전히 쓰고 싶은 마음에 시달린다. 이 마음이 영영 길을 잃지 않도록, 이 짧은 일기나마 올려 본다. 브런치를 만들어 놓고도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는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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