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앰버 이야기

by 오늘

어느새 4월이 왔다. 근 두 달을 마스크 푹 쓰고 회사-집만 오가는 중인데도, 봄이 봄이긴 한가 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중에도 꽃은 피고, 알맞게 건조한 바람은 불고, 햇살은 나른히 내리쬔다.


그렇다 보니, 요상하다. 마음이 붕붕 뜬다. 평생 계절을 탄다고 생각해 본 적이 딱히 없는데 올해는 좀 그렇다. 요즘 신나는 노래를 많이 들어서인지, 그 노래들의 가사가 청춘을 노래하고 있어서인지… 그것도 아님 정말 날이 좋아 마음이 일렁이는지 모르겠다.


약간… 일탈(?)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일탈이라고 해 봐야 머리 물 좀 빼 보고, 피어싱 몇 개 더 해 보고, 타투 좀 해 보고, 옷도 ‘힙스터’처럼 입어 보고 뭐 그런 수준이기는 하지만. 철없고 어린 시절에 더 쉬운, 훗날 무의미해질지 모르는 일들을 해 보고 싶은 거다.


어찌 보면 미래에 이불을 한 움큼 쥐어뜯기 딱 좋은 일들이라, 우리 엄만 하지 말라고 한다. ‘너 나중에 후회한다.’, ‘나중에 보면 엄청 촌스럽다.’, ‘겉멋 들었다.’ 등등 여러 가지 말로 겁을 준다. 작년까지는 그 말에 동의했었다. 그래서 무채색으로 살았다. 지루하고 흐릿하게.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후회 좀 하면 어떤가 싶다. 사진으로, 흉터로, 또는 잉크 자국으로 남을 흔적은 그걸 갖기로 결정한 시간의 내가 접어둔 페이지다. 첫 장부터 쭈욱 써 내려가던 책에서 앞부분의 내용을 회상할 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서리가 꾹 접힌 페이지.


이런 감성적인 말들은 뒤로 하고, 결정적으로, 뭘 해도 미래의 내 눈에는 똑같이 민망하고 촌스러울 거다. 아무리 세련되고 좋아 보이는 옷이라도 몇 년만 지나면 어딘지 어색하고 이상해 보인다. 그러니까, ‘어차피’라는 말이다. 어차피 뭘 하든 미래의 내겐 묘하게 우스울 거다. 어차피 그럴 거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더 이득인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뭘 하려 해도 다 마음이 편해졌다.


그게 뭐가 되었든, 하고 싶은 것들은 망설이지 말고 일단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탈색이니, 피어싱이니, 타투니 하는 것들뿐만 아니라 배우고 싶은 것들도 많다.). 어느 쪽을 고르든 후회할 게 뻔하다. 그럴 거라면 못 해 봤다는 억울함이라도 없어야 하지 않을까? 20년 넘게 망설이고 고민하다 못한 것들만 생각하면 지나간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이제부터는 가리지 않고 다 시도해 볼 거다. 대부분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것부터 시작이니, 일단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된 뒤의 일이겠지만 말이다.


- 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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