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생리가 만났을 때

하다 이야기

by 오늘

몇 해 전 신종플루에 걸리고, 치료제 부작용에 시달릴 때 생리까지 시작해서 탈탈 털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몸이 욱신욱신 저리고, 사지가 바들바들 떨리고, 약 부작용 때문에 계속 토하고, ‘이게 사는 것인가’ 자문자답을 했던 그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강남에 있는 빌딩 한 채를 준다 해도 사양할 것이다. (세 채부터는 고려해볼 의향이 있긴 하다.)


요즘 그러니까 사회적 거리두기, 수시로 손 씻기, 마스크 착용하기가 필수인 요즘 그때 생각을 한다. 빽빽한 출퇴근 지하철을 타면 사회적 거리는커녕 225mm 내 발 두 개를 넣을 틈을 찾는 것도 버겁다.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사람들 틈에 ‘꽂혀’ 있으면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은 턱턱 막힌다. 그 와중에 생리가 시작했으니… 부쩍 덥고, 자주 어지러워서 ‘때가 오고 있구나…’ 짐작은 했다. 하나 코로나19와 생리가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는… 거기까지는… 내 상상력이…


생리 전과 생리 중에는 매우 덥다. 옷을 다 벗어도 덥다. 마치 나를 전기장판으로 돌돌 말고, 10분 혹은 20분 간격으로 On/Off 버튼을 누르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마스크를 하면? 일순간 온몸의 모든 땀구멍에서 땀이 푱푱 솟는다. 두피도 예외는 아니다. 피부에 맺힌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리거나, 옷을 적셔서 점점 축축해진다. 체온도 올라갔을 테니 높은 체온과 땀이 만나 불쾌한 냄새도 날 것이다.


그러는 동시에 어지럽다. 뇌에 톱니바퀴가 있고, 누가 그걸 스윽스윽 감는 것처럼 뇌가 스윽스윽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시신경까지 자극이 돼 눈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난다. 이런 환상의 컬래버레이션이 벌어지면 호흡도 곤란해 당장 마스크를 벗고, 양껏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니까 참는다. 참고, 참고, 참다가 집에 와서 손을 씻고, 마스크를 벗은 후 숨을 몰아 쉰다.


우리는 언제나 ‘+생리’ 중이다. 신종플루가 횡행하면 ‘신종플루+생리’, 코로나19 때문에 세계가 들썩이면 ‘코로나19+생리’, 수능 시험을 볼 때 생리하면 ‘수능+생리’, 아프거나 다쳐서 입원했을 때 생리하면 ‘입원+생리’. 생리는 늘 우리와 함께 하는데 누구도 생리 얘기를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러다 보니 다들 생리가 존재하지 않는 줄 안다. ‘생리’를 얘기하면 놀라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누군가는 굳이 얘기를 할 필요가 있냐고 물을 것이다. 그럼 난 반대로 묻겠다, 얘기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인구의 절반이 초경을 할 예정이거나 생리 중이거나 완경을 맞았다. 또 그중 다수가 지금 이 순간에 생리를 하고 있다. 몸과 마음의 컨디션에 따라 생리 기간, 양, 상태 등 많은 것들이 바뀌고,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그 생리를 처리하는 도구(생리대, 면생리대, 탐폰, 생리컵 등)는 필수다. 바이러스가 마구잡이로 퍼지고, 재난이 닥치고, 전쟁이 발발해도 무조건 필요하다. 그런데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그게 더 이상한 것 같은데?


- 하다




nadograe.com/stor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