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와 다이어트 황금기

하다 이야기

by 오늘

인생 최고 암흑기 시절, 한 달 동안 살이 6kg 가까이 쪘다. 평소보다 몇 배 많이 먹고 토하길 반복하고, 강박이 심할 땐 주스만 마셔도 장을 비우는 약을 먹었다. 예민한 피부는 더 예민해져서 따갑고, 가려웠다. 급격하게 찐 살 때문에 무릎이 아프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다.


살은 빼고 싶은데 운동은 생각도 하기 싫어서 ‘노력 없이 살 뺄 수 있는 방법’ 같은, 허황된 묘수를 찾다가 ‘생리 주기를 이용한 다이어트’를 발견했다. 생리 후 일주일 동안을 ‘다이어트 황금기’라고 하는데 그 시기엔 살이 잘 빠져서 그런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내가 찾던 묘수를 발견한 것 같아서 박수를 짝짝짝 쳤는데 뭔가 께름칙했다.


PMS 기간부터 생리가 끝날 때까지 약 보름 동안 여성의 몸은 예민해지고, 약해진다. 몸을 일으켜 활동을 하는 것에도 많은 에너지가 빠져나가는데 그 몸으로 일상을 ‘평소처럼’ 살아내기까지 하니 더 힘이 부친다. ‘인간적으로’, ‘상식적으로’ 그렇게 PMS + 생리를 겪은 후엔 몸에 좋은 걸 먹어서 체력을 보충하고, 고갈된 에너지를 다시 저장하는 게 맞지 않을까? 영양제, 건강식 다 찾아 먹어도 시원찮은데 ‘다이어트 황금기’ 어쩌고 하면서 ‘그때 다이어트 하면 효과가 좋아요, 여러분! 모두 살 뺍시다!’ 이러는 게 말이 되나?


오랫동안 내 힘으로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운동을 하며 건강을 관리하는 건 좋다. 모든 것의 밑바탕은 ‘체력’이고, 그렇기에 ‘운동’은 필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닐 테니까. 그런데 ‘건강’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다이어트’를 부추기고, 심지어 ‘생리’까지 이용하라는 건 여성의 몸을 더 혹사시키라는 것 밖에는 안 된다.


55사이즈도 모자라 44사이즈-33사이즈 됨을 강요하고, 손바닥만 한 옷을 유행이랍시며 팔고, 연예인들이 소식도 아닌 절식을 해서 살을 뺀 것을 대단한 ‘방법’인 양 온갖 매체에서 떠들어대고, ‘마름’이 곧 ‘자기관리’의 척도인 것처럼 여겨지는 나라에서 무슨 말을 더 할까.


나는, 여성용품 회사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나는, 적어도 제일 ‘몸의 건강’에 집중해야 할 시기를 ‘다이어트 황금기’라고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 않다. 호르몬 때문에 생리 전에 몸이 붓고, 식욕이 높아져서 살이 찌는 건 당연하니 뭔가를 먹으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내 몸 긍정하기’는 나 혼자 다짐하고,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님을 안다. 사회와 세상이 협력해야 가능하다. 그런 시대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그런 시대’가 도래하는 게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는 더, 나 혼자라도 더 ‘다이어트 황금기’ 말고, ‘생리하느라 힘들었던 나에게 건강식 선물하기’라고 크게 외치고 싶다.


여러분! 생리 후 일주일은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건강식을 선물하기 딱 좋은 황금기예요!


-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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