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버 이야기
공감 지능이 좋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 예전에는 이게 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도 동일하긴 하다. 나의 대인관계나 주위 평판 등을 고려했을 때, 확실하게 장점이 맞다. 그런데 과연 ‘뛰어난 공감 지능’이라는 속성이 나 자신에게도 좋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건 좀 다른 문제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어 있고, 그래야 살기 편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공감 지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종종 타인에게 너무 공감하고 이입한 나머지 자신을 뒷전에 두기도 한다. 나만 해도 특정 인물을 대하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감정은 뒤로 미룬다.
‘나 먼저 생각하자’ 하는 마음으로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 한들, 앞서 말했듯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상대가 자기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이야기는 접어 두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엔 ‘뛰어난 공감 지능’을 발휘해 이입하고 공감하며 그의 짐까지 나눠 갖게 되는 것이다. 짐을 덜어 보려던 처음의 의도와 다르게 말이다.
그러니까 맨 처음에 말했던 것과 같이 대인관계와 평판에 도움을 주는 ‘뛰어난 공감 지능’이 내적으로도 좋은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거다. 결국 좋은 능력은 남을 위해 쓰고 자신의 이야기는 또다시 깊은 곳에 묻어두게 되는 거니까. 그러다 보면 내 마음은 점점 깎이니까.
다행히도 나는 이 정도는 아니다. 공감을 잘한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건 맞지만 위의 사례만큼 착하지 않을뿐더러, 주변에 나를 이해하고 내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주려는 사람들이 있어 종종 그들에게 털어놓는다(읽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읽지 않겠지만 S와 Y와 J, 그리고 I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내 이야기도 아닌 걸 왜 꺼내느냐 하면… 최근에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을 접했다.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려고도, 감정을 헤아리려고도 않고 그저 자기 얘기만 늘어놓고는 끝에 가서 대충 사과로 무마하는 사람이었는데 좀 놀라울 정도였다. ‘어떻게 이렇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내 주변의 수많은 ‘뛰어난 공감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떠올렸다. 이들의 능력이 자신이 아닌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쓰인다고 생각하니 좀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공감 지능이 모든 이에게 비슷한 수준으로 분배되었다면 좋았겠지만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너무 공감하지 마세요’라고 주제넘게 지어 봤다. 착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뛰어난 공감 지능’을 남이 아닌 스스로에게 더 많이 사용했으면 한다.
당연히 이해하셨겠지만, 남을 생각하지 말고 이기적으로만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러분이 적어도 남보다는 ‘나’를 더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공감하며 이타적으로 사는 건 좋은데… 그래도 스스로를 깎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 앰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