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넷이 모여서

앰버 이야기

by 오늘

한 집에 일곱 명, 고양이까지 여덟이 사니 흔치 않은 대가족이다. 그중 다섯이 여자다. 할머니께서는 보통 할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시니 요즘의 주말은 나와 엄마, 그리고 두 동생까지 넷이서 보낸다(아빤 좀 바쁘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꼭 어디든 나가 돌아다니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은 삼가고 있다. 대신 인터넷으로 주문한 재료로 맛있는 밥을 해 먹고, 시끄럽게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낸다.


주말 아침에는 주중과 똑같이 일곱 시쯤, 어쩌면 더 이른 시간에 한 번 깬다. 시간을 확인하고 억울해하며 다시 잠을 청한다. 그렇게 잠들었다 깨면 아홉 시 반에서 열 시 정도가 된다. 그럼 또 억울해한다, 너무 늦게 일어났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알람을 맞출 생각은 없으며 바로 일어날 생각은 더욱 없다. 몽롱한 기분 그대로 누워서 유튜브 좀 보다가 일어난다. 죽어가는 시간이 우는 소리가 들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더 이상 누워있어선 안 되겠다, 진짜 후회하겠다 싶으면 그제야 어슬렁어슬렁 일어난다. 좀비 같은 걸음으로 안방에 가면 엄마가 있다. 자연스럽게 침대에 드러눕는다. 모두가 깨어날 때까지 각자 휴대폰을 보거나 TV를 켜 놓고 실없이 떠든다.


가볍게 떠들다 보면 배가 고파진다. 밥을 해 먹는다. 라면을 끓여 먹을 때도 있고, 빵을 먹을 때도 있고 어쨌든 아침은 간단하게 먹는다. 사실상 아점에 가까운 식사를 하면서 저녁 메뉴를 구상한다. 보통은 후보군이 정해져 있다. 언택트(소비자와 직원이 만날 필요가 없는 소비 패턴) 시대답게 주중에 주문한 식재료가 문 앞으로 배달되니, 그 재료들로 해 먹을 수 있는 메뉴 중에 한두 가지로 정해지면 아침 먹은 걸 치우고 양치를 한다.


다시 안방에 모인다. 쉼 없이 이야기한다. 대충 틀어 둔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일 때도,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일 때도, 옛날이야기일 때도, 그 모든 것일 때도 있다. 우리 집 여자들은 어느 정도 고집 있고 주관도 뚜렷한 편이다. 일명 ‘기 센’ 여자들이다. 비상식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으니 당연히 서로 꺾으려 들지 않는다. ‘님의 생각은 그렇군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이런 마인드로 대화한다. 불필요한 논쟁에 힘을 쏟지 않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려 노력한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더라도(사실 대부분 쓸데없음) 건설적인 방법으로 소통하려는 거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지만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의 부정적 뉘앙스는 확실히 틀렸다. 여자 넷이 모이면 시야가 넓어지고, 공감 지능이 높아지며, 듣는 법을 익힌다.


- 앰버




nadograe.com/stor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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