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어떻게 해요?

하다 이야기

by 오늘

생리, 그 녀석은 예상을 빗나가고, 준비 안 된 시점에 시작하고, 내 상황은 조금도 봐주지 않는다. 생리하는 모든 사람이 이런 일을 겪고, 겪는 중이며 겪을 예정이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걱정스러워질 때가 있다.


좀비가 나오는 드라마와 영화에 몰두한 시절이 있다. 처음엔 사랑하는 사람이 좀비로 변했을 때 맞닥뜨리는 철학적 고찰, ‘좀비 사냥’을 두고 나뉘는 인간 계급 등에 흥미를 느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문하다가 ‘아니, 근데 말이야, 생리는?’ 의문을 품었다.


문밖에서 우글거리는 좀비를 피해 방구석에 숨어서 입을 틀어막고 있는 그 순간 생리가 시작하면? 아무리 숨죽이고 있어도 좀비는 피 냄새에 매우 매우 민감해서 바로 찾아낼 텐데? 으악! 좀비 피해서 우다다 달리는데 생리 시작하면? 하필 생리량이 많으면? 숨으나 마나잖아! 으악!


전쟁영화도 마찬가지다. 폭탄 떨어지고, 순식간에 사상자가 생기는 와중에 생리가 시작하면? 생리대나 탐폰 챙길 겨를이 어디 있어. 일단 살아야 하니까 여기저기 누비느라 바쁠 테고, 옷에는 생리혈이 퍼진 흔적이 남겠지.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당연히 생리하는 여성도 많아지고, 생리 수습 방편도 마련해야 할 텐데… 하… 드라마 속 인물이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고, 입원하는 것을 지켜볼 때도 이런 걱정은 이어진다. 정신 잃고 쓰러졌는데 생리 시작하면… 생리 중이라면… 병원에서… 생리대를… 누가… 어떻게… 하…


과몰입했다고요?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전 생리를 하니까요. 생리가 뭔지 아니까요.


드라마나 영화엔 ‘생리하는 여성’이 나오지 않는다. 좀비나 전쟁을 피해 달리고, 숨고, 저마다 인생을 이어가려 애쓰는 모습이 나올 뿐이다. ‘극’이니까 너무 ‘현실적’ 일 필요는 없을지도?


사실적이면 사실적일수록 탁월한 현실 반영, 뛰어난 작품성이라며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어디에도 ‘생리’는 없다. 세상에 생리가 존재하는데 그 ‘세상’을 담은 작품엔 생리가 없다. 생리를 하나의 장치로, 주제로 다뤄야 함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전쟁이나 재난 때문에 대피소에 모인 사람들 중 생리하는 여성이 없을까? 지금 당장 생리용품이 필요한 여성이 없을까? 분명 있을 것이다. 몇 초 안 되는 장면에 그런 내용을 담으면? 시청자나 관객은 그동안 알고는 있었지만 망각한 ‘생리’와 ‘생리하는 여성’을 다시 깨닫겠지?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져 대피소에 모인다면 ‘그때 그 영화에서 이런 장면 봤는데… 생리용품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떠올리고, 좀 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위급할 시 생리를 대처할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을 갖겠지? 아니, 그러지 않더라도 적어도 ‘지금 이 대피소에 생리용품이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고 사고할 순 있겠지?


극은 극으로 봐야지 자꾸 현실 대입하고,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라고요?

전 생리를 하고, 생리가 뭔지 알아서 그럴 수밖에 없네요.


-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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