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에 관한 단상

앰버 이야기

by 오늘

어느 누군가는 생리(특히 첫 생리)를 두고 ‘진짜 여자’가 되는 것,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되는 축복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난 그 말이 듣기 싫어 죽겠다. 아니, 다 떠나서 내 몸이 힘드니까! 당장 내가 죽겠는데? 내 일상을 건강하게 영위하기 어려운데? ‘진짜 여자’고, 축복이고 다 때려치우고 ‘나’만 생각할 순 없나? 대체 왜 XX로 태어난 ‘사람’이 겪는 아픔과 고충은 뒷전에 두고 ‘진짜 여자’와 아기(심지어 가질지 아닐지 모를)만 언급하며 ‘축복’으로 포장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 말은 현실을 좀 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거다. 내 몸이 피 흘리는 장기와 이성을 잡은 뇌 간의 전장일지는 몰라도 오로지 누군가를 길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어느 날 뚝딱 축복과 함께 생겨난 땅은 아니라는 거다.


앰버자궁.jpg

팬티와 바지를 피로 물들이고, 입 안에서 욕지거리를 굴리면서 뜨거운 물에 손빨래를 하고, 진통제 몇 알씩 삼키고, 온갖 고통을 견디며 수십 년 동안 생리를 ‘해내야’하는 이유는 내가 XX이고, 승패 없는 랜덤게임의 ‘XX 당첨자’이기 때문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나 모르게 벌어진 게임의 결과 치고 주어지는 대가가 지나친 거 아닌가? 그래서 일생의 반 이상을, 또 그 시간의 반을 PMS, 배란통, 생리통이니 하는 것들(이 외에도 무궁무진한 +@)과 함께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분노가 끓는데 생리를 어떻게 할 방법이 아직까지는 딱히 없다는 점에서 차게 식는다.


너는 왜 이렇게 화가 많냐? 어쩔 수 없는 거 좋게 받아들이면 안 되니? 징징대지 좀 마라! 엄살 좀 그만 부려라! 너만 생리하냐? 이런 말 많이 들었다. 근데 뭐 어쩔? 힘든 거 말도 못 함? 말 좀 하자.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말 좀 하면 안 되나? 생리를 어떻게 할 방법도 없는데 말도 하면 안 되나? 내 고통 나눠서 같이 짊어지자는 게 아니라 그냥 ‘말’하자는 것뿐. 다 함께 말해서 줄여보자는 것뿐. 같은 XX로 태어난 나랑 여러분이랑 말해서 줄여보자는 것뿐. 생리로 인한 많은 것에 지친 XX는 그것 말고, 정말 그것 말고는 대안이 없으니 말이라도 합시다!


- 앰버




nadograe.com/stor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