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이야기
뭘 하기 전에 꼭 엄마에게 묻곤 했다.
엄마, 나 이거 하면 안 될까?
그럼 엄마는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답했다.
안 되는 게 어딨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 고백했을 때도 그랬다. ‘작가는 아무나 하니’, ‘돈도 많이 못 버는데 왜 해’ 핀잔하지 않았다. 예술대학교에 입학해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겠다 했을 때도 학비가 비싸서 안 된다거나 취업 잘 되는 전공을 택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늘 안 되는 건 없으니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했다.
겁 많고, 고민은 훨씬 더 많고, ‘안 될 거야’ 단정 짓는다. 호기심, 관심사, 관심도 많다. 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이 가득해서 매일 ‘이거 해볼까? 저건 어떨까?’ 상상한다. 그런데 양극단에 놓인 이 두 특질이 만나 되레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몇 해 전엔 가죽공예가 하고 싶어서 아니, 가죽공방을 차리고 싶었다. 원 데이 클래스를 듣고, 선생님과 상담까지 해 구체적 계획을 세우다가 또 ‘안 될 거야’ 정지 버튼을 눌렀다. 공방을 마련하는 비용, 나쁘지 않은 수익이 생길 때까지 버틸 여유자금, 적극 홍보, 사람과 관계 맺기 등 자신 없는 것이 넘쳤다. 해결책 찾기보다는 포기를 택했다. 요즘도 종종 가죽공방을 떠올리지만 딱 거기까지, 더 나아가지 못한다.
대부분 이렇다. 무언가를 향한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그걸 머릿속에서 현실화해보는 과정을 거치다 어느 지점이 되면 포기한다. 엄마는 나의 그런 성향을 알아서 늘 ‘안 되는 게 어딨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나이 듦이란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게 더 많음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뭘 모를 땐 큰소리치기 쉬우나 아는 게 많아지면 그만큼 ‘내가 모르는 것 또한 많음’도 깨달아서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처럼.
‘하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 뛰어들고 싶으나,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사항의 무게에 발목 잡혀 섣불리 발을 못 뗀다. 한데 지금 나를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은 과거의 내가 ‘안 되는 게 어딨어’ 마음으로 시작해서 얻은 거 아닐까? 글을 쓰는 것, 오랜 꿈이었던 방송작가를 한 것, 그 일을 그만둔 것, 다른 직업을 가지려 시도한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두렵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을 온전히 보이려 노력한 것. 전부 다 안 될 거라고 수없이 외치는 마음의 소리를 끄고 부딪힌 결과일 테니까.
오늘도 뭔가 하고 싶어 졌다. 역시 안 될 거라 생각했고, 적당한 선에서 호기심을 멈췄다. 그런데 언젠가는, 그러니까 그게 정말 하고 싶어 지는 언젠가는 분명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