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때문에 땀이 비처럼 내려

하다 이야기

by 오늘

퇴근하고 지하철을 탔다. 사람들 사이에 껴서 책을 읽는데 무엇인가가 다리를 타고 주르륵 흘렀다. 요즘 자꾸 잊고, 기억력도 짧아져서 혹 ‘알츠하이머’에 걸린 건 아닐까 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나도 모르게 실례를 한 줄 알았다. 화들짝 놀라 대충 손을 뻗어 더듬었는데 땀이었다. 땀. 땀. 땀. 땀이 다리를 미끄럼틀 삼아 타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하철은 매우 시원하다. 퇴근길이라 사람이 많긴 하지만, 제법 시원하다. 그런데 땀이라니. 땀이 줄줄 흐르다니. 누가 볼까 조마조마했다. 더위를 많이 타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 당황했다.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안감이 땀에 젖어 다리에 쩍쩍 달라붙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차차 다 내려 내가 숨을 곳이 없어지면… 이 꼴이… 만천하에… 상상하니 끔찍해서 땀이 더 났다. 서있는 자리에 땀이 떨어졌을까 싶어 보지도 않고 신발로 쓱쓱 문질렀다.


염분 가득한 몸을 질질질 끌고 집에 와서 생각했다. 이 땀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렇게 더웠나? 아니. 옷이 더웠나? 아니. 그렇다면… 생리 어플을 확인했다. 역시나 생리 시작일이 가까웠다. 생리를 할 때마다 다양한 불편을 겪는데 그중 하나가 급격한 체온 변화이다. 순식간에 열이 확 오르고, 모든 땀구멍에서 땀이 난다. 인중, 겨드랑이 심지어 무릎과 정강이에서도 난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게 선명하게 보일 정도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와서 머리 말릴 땐… 누가 나를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볶는 것 같다. 그래서 선풍기를 제일 센 바람으로 켜고, 에어컨도 켠다. 북극곰에게 미안하지만, 샤워한 지 5분도 안 돼서 땀범벅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 땀은 흘릴 수 있다 치겠다. 요즘엔 마스크를 끼니까 더 더워서 땀을 전보다 많이 흘릴 수 있다 치겠다. 그런데 땀을 순식간에 왕창 흘리고 나면 기운이 쪽 빠지는 게 문제다. 안 그래도 생리 전이라 힘이 없는데 땀을 흘리고 나면 종이 인간처럼 흐물 댄다. 순식간에 올라간 체온 떨어뜨리겠다고 켠 에어컨과 선풍기 때문에 감기도 걸린다. 이게 무슨 난리야.


늘 말하지만, 생리가 밉거나 싫지 않다. 생리 덕에 내 몸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점은 고맙다. 하지만 생리를 둘러싼, 내가 겪어야 하는 많은 고통과 불편, 사회가 생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버겁다. 불만 없이 ‘아, 생리가 또 왔구나’ 무미건조하게 받아들일 수는 방법이 있다면 제발 알고 싶다. 오늘 퇴근길에도 땀을 많이 흘릴까 두려워 사람 붐비는 지하철을 몇 대 보내고 싶지 않다. 퇴근은 6시 30분에 했는데 지하철은 7시 넘어서 타고 싶지 않다.


아, 휴대용 선풍기도 놓고 왔다. 큰일이다.


-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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