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속에서 꾸는 긴 꿈

앰버 이야기

by 오늘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항상 생각한다, 나는 그 ‘무언가’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그 ‘무언가’를 사랑하는 내 모습을 사랑하는 건지.


이번에도 생각했다, 내가 새소년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소년(아주 아주 멋있고, 아름답고, 실력 있고… 어쨌든 짱짱밴드)을 사랑하는 내 모습을 사랑하는 것인지. 좀 길게 고민했다. 왜냐하면 ‘나 새소년 좋아해’ 라고 하면 순도 100%의 애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테니까. 새소년은 유니크 하고, 스타일리시 하며 애매하지만 아직은 메인스트림 바깥에 있다. 때문에 새소년을 향한 나의 마음은 ‘비주류병’ 또는 ‘홍대병’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참고로 비주류병, 홍대병이라는 신조어는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대중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선망은, 그 정도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있다고 본다. 때론 자신을 포장하는 데에 ‘있어 보이는 취향’을 이용하니까.



난 그냥 새소년을 사랑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새소년은 좋아하고,
새소년의 프론트 퍼슨,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황소윤을 사랑하지



처음 새소년의 노래를 들은 건 재작년이었다. 친구가 ‘긴 꿈’을 추천하길래 별 생각없이 들었다. 노래가 시작된 순간 기분이 좋아졌고, 첫 소절이 시작된 순간 전율했다. 약간 거칠면서도 따뜻한 음색도 황홀한데 그런 목소리로 ‘너와 영화를 찍고 싶다, 너를 끌어안을 때면 시간을 잡아두고 싶다’고 노래하다니. 아, 이건 반칙이지. 반칙이고 말고. 기대없이 들은 노래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 흐르는 게 무척 즐거웠다. 그 목소리, 멜로디, 노랫말이 계속 마음속을 뛰어다녔다. 좋아하는 노래는 많지만,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된 노래는 거의 없었다. 제목처럼 그 날 내내 ‘긴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리고 ‘파도’. 황소윤이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낀 결정적 계기. 다른 이야기지만, 난 ‘좋은 음악’이 뭔지 잘 모른다. 그냥 내 귀에 즐거운 목소리고, 즐거운 음악이면 좋은 음악이라고 여긴다. 장르 구분도 잘 못 하고, 어려운 말도 모른다. 아무튼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인 내 입장에서 ‘파도’는 충격적이었다. 음악을 들을 때도 후반부의 연주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우연히 유튜브에서 공연 영상을 봤을 때의 충격이란… 또 한 번 반칙이었다. 황소윤 씨, 또 반칙을 했어. 너무한 사람… ‘파도가 넘실넘실’이라는 말을 그렇게 섹시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첫 소절 이후의 미소는, 세 번째 반칙. 그는 자신이 어떻게 웃을 때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 여유, 관중을 이끄는 센스. 보는 사람까지 특유의 멋부리기에 동참하고 싶게 하는 건 타고난 재능일까? 그는 밴드의 프론트 퍼슨으로 나무랄 데 없을 뿐 아니라, 그냥 그걸 하려고 태어난 듯 보인다. 아, 멋진 사람. 황소윤, 당신 최고야.


무대매너, 가창력, 작사·작곡 능력. 게다가 스타일도 좋다. 난 패션도 잘 모른다. 그래서 본인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는데 황소윤은 그것도 해낸다. 히피에서 록까지 넘나들며 오만 가지 스타일을 가볍게 소화한다. 컬이 강한 장발 펌부터 왁스로 넘긴 중단발, 부드러운 갈색 머리칼에서 샛노란 탈색모까지 헤어스타일도 다양하다. 최근에 ‘101마리 달마시안’에 나오는 크루엘라처럼 흑발과 백발이 섞인 스타일까지 선보였는데 머리칼을 넘기고 ‘파도’를 부르는 모습은 멋 그 자체다.


이런 글은 처음 써 본다. 어떤 대상에 대한 애정을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주접(ㅋㅋㅋ) 떠는 건 말로만 했지, 각 잡고 언어로 나타내는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술술 풀렸다. 이건 내 애정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황소윤과 새소년 그리고 그들의 음악이 ‘본새’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렇게 긴 ‘주접문’이 쉬이 쓰이지.


앞서 언급한 곡은 <긴 꿈>, <파도> 두 곡 뿐이지만, 그 외에도 훌륭한 노래가 많다. ‘구르미’도 좋아하고(TMI:우리 고양이 이름이 먹구름이라서 듣게 됨), ‘새소년’도 좋다. 황소윤의 솔로곡 ‘HOLIDAY’와 ‘FNTSY (Feat. Jvcki Wai)’, ‘Athena’도 추천한다. 진심인데, 듣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한 번 자셔봐. 귀가 트이고 눈이 뜨여. 츄라이 츄라이.


- 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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