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버 이야기
영화 <반도>를 봤다. 예상보다 훨씬 즐거웠다. 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영화관에 가서 봤을 텐데… 아쉬울 정도로 시원시원한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역시나 서 대위가 기억에 남았다. 거듭되는 절망으로 인간성의 붕괴를 겪으며 무력감에 잠식된 인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신 한 켠에 남아 있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갈망이 구교환 배우를 통해 너무나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서 대위를 향해 뻗은 생각은 구교환 배우의 눈빛과 표정, 힘없이 뱉는 그 목소리를 잔상처럼 남겼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쭉 훑었다.
그렇게 영화 <메기>를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어 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한다.
<메기>에는 윤영(이주영), 성원(구교환), 부원장(문소리), 메기(천우희)가 등장한다. 영화 전반은 ‘믿음’을 주제로 흘러가는데, 그 흐름은 불법촬영과 데이트폭력, 주거 불안정 등 갖가지 사회 문제를 휘돌아 나간다. 유머러스한 방식과 밝은 색으로 표현되니 무겁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더 많은 사람이 보길 바라는 마음에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려 하다 보니 많은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 다만 몇 가지 대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내가 개를 고양이라고 우겨도 믿을 사람은 믿고 떠들 사람은 떠들죠.”
부원장의 말이다. 사람들에게 진실이란 중요하지 않다는 어느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현실이 그렇듯 <메기>에 등장하는 사람들 역시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믿고 추측하고 판단한 뒤에 그대로 굳혀 버린다.
“우리의 삶은 오해를 견디는 일이다.”
“윤영 씨, 사실이 온전하게 존재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대요.”
메기의 말. 우리는 늘 오해 받고, 오해하며 살아간다. 이야기는 전해지며 모습을 바꾸고, 그건 이야기의 주인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귀에 단 걸 좋아한다(물론 나도 그렇다). 달다는 건 ‘듣기 좋은’ 것이거나 ‘흥미로운’ 것이겠지. 어떤 때에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또 어떤 때에는 그것이 거짓일 것이다. 달게 흘러들어오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곱씹은 이 대사는 더없이 쓴 맛을 낸다.
“우리의 두려움은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윤영은 잘 믿는 사람이다. 그런 윤영은 어떤 계기로 인해 누군가에게 의심을 품는다. 그 의심은 두려움이 되어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두려움에서 이어진 상상력은 꼭, 수도꼭지에 매달린 물풍선같다. 적당한 때에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으면 터지거나 놓쳐 앞섶을 다 적시기 마련이다. 다행히 <메기>의 윤영은 시종일관 단단한 사람이고, 해야 할 때에 해야 할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사실 어떤 대사도,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좋다. 더해, 의상과 소품의 색감도 아주 마음에 드는 영화다. 앞으로 ‘이옥섭’과 ‘구교환’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은 전부 챙겨 보고 싶어졌다. 사실 이미 유튜브 채널 ‘[2x9HD]구교환X이옥섭’https://www.youtube.com/c/2x9HD/videos에 있는 거의 모든 영상을 다 봤다. 노력하는 천재가 만들어낸 유쾌한 결과물을 보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여러분도 함께 즐거워지셨으면 좋겠다.
제작/ 2X9HD, 국가인권위원회
배급/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출처/다음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