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을 꿈꾸는 스물한 살

앰버 이야기

by 오늘

열한 살도 아니고 스물 한 살 먹은 사람이 도둑을 꿈꾼다면, 다들 어떻게 생각할까? <천사소녀 네티>처럼 주님께 허락받은 정의로운 도둑이 되고 싶어하고,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주인공처럼 아무도 모르게 귀중품을 훔치는 괴도가 되길 꿈꾸는 건 열한 살 때 마무리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겠지? 보통은?


그런데 나는 스물 한 살에 잠깐 대도를 꿈꿨다. 왜? 케이트 블란쳇 때문에. 산드라 블록 때문에. 그래, <오션스 8> 때문에. 정말 정말 철딱서니 없다고 욕 먹기 딱 좋은 꿈이지. 근데 나 같은 사람 꽤 많을 거라고 본다. 일단 내 주변에도 대여섯은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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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기대와 함께 영화관에 들어섰는데 상상 이상으로 즐거웠다. 판을 짜는 사람도, 짜인 판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도 전부 여성이다. 누군가의 허락을 기다리거나, 트로피가 되거나, 맞거나, 피를 흘리거나, 죽는 사람 없이 각자가 범죄자로서 기량(?)을 한껏 뽐낸다. 영화를 포함한 매체에서 으레 그리는 ‘여적여’ 구도가 없다. 8명의 여성 사이의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기싸움도 없다.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모두 한 몸처럼 움직인다. 그것만으로도 <오션스 8>은 대중문화의 급변이 시작되는 시기의 한 점으로써 제 몫을 충분히 다 한다.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만, 루와 나인볼 그리고 콘스탄스가 잊히지 않는다. 새카만 눈화장을 하고 자신의 클럽에서 가짜 양주를 만드는 루. 드레드를 틀어 올리고 당구공을 굴리며 컴퓨터를 만지는 나인볼. 특히 콘스탄스는 키가 작은 편인 동양계 여성에 대한 편견(ex:순종적, 소극적, 화려한 염색을 한 머리칼 등) 없이 그냥 콘스탄스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인 야바위꾼이라는 설정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범죄조직이며 비교적 다양한 인종으로 꾸려졌다. 식상하게 혐오와 폭력성은 넣지 않았고, 약자를 배척하지 않은 유머를 적절하게 배치했다. 누군가는 ‘지나친 PC함’으로 재미가 반감된 시시한 영화라고 평한다는데. 글쎄? 나 역시 어느 정도 저급한 농담에 낄낄대는 보통 사람이기에 이렇게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올바름에 지나침이 어디 있나? 그리고 고작 이 정도의 ‘PC함’으로 인해 재미와 흥미를 잃었다면 스스로의 도덕성과 유머 감각의 방향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 진심이다. 정치적 올바름에서 벗어나야만 즐겁게 웃을 수 있다면 분명히 그건 문제 있는 거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분명 여러 면에서 진부하고, 어찌 보면 지루하고, 어떤 이들은 지나치다고 하나 ‘PC함’에 대한 요소 역시 부족한 부분이 있다. 다양한 인종에 히스패닉은 포함되지 않았고, 멧 갈라 장면에서는 주인공들의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타이트한 의상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정도면 훌륭하지. 스물 한 살 먹은 사람이 잠깐이나마 도둑의 꿈을 꿀 수 있게 했으니 얼마나 멋져?


- 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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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진 Barry Wetcher - © 2016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정치적 올바름(政治的 - , 영어: Political Correctness, PC)은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특히 다민족국가인 미국 등에서 정치적인 관점에서 차별·편견을 없애는 것이 올바르다고 하는 의미에서 사용하게 된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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