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회사의 S군 이야기, 둘

by 오늘

첫 글이 공개되었다.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에 '글을 내려달라' 요청하였지만 브런치 담당자 ‘하다’는 부끄럽다는 나의 의견은 과감히 무시하고 '다음 글은 언제 쓸 거야?는 말로 화답했다. 첫 글이 부끄러우니 두 번째 글이 너무 부담스럽다. 하지만 ‘하다’가 더 무섭다. 이것이 두 번째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의 나의 심정이다. ^^;;


생리대 회사에 다니며 가장 첫 업무는 시장에 유통 중인 생리대를 분석하는 일이었다. 인터넷을 통하여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촉감, 흡수력, 속포장 등을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어 직접 구매하자는 결론이 났다. 결론이 난 이상 기다릴 필요 없다. 바로 마트로 달려가 바구니를 들고 생리대 판매대 찾았다. 들어서려는 순간 생리대 구매 중인 여성분이 보였다. 지금까지의 기세는 사라지고 갑자기 민망함이 밀려와 생리대 판매대를 지나쳤다. 나는 마치 도둑처럼 생리대 판매대 주변을 서성거리며 모두 떠나기를 기다렸다. 아무도 없을 때 생리대를 종류별로 후다닥 바구니에 담았다. 그러다 인기척이 느껴지면 물건 훔치다 들킨 사람처럼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나고, 사람들이 사라지면 다시 후다닥 생리대를 구매하는 과정을 거쳤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마트에 판매하는 모든 종류의 생리대를 바구니에 담았다. 생리대 구매 미션을 완료했다는 생각에 뿌듯해하며 계산대로 다가갔다. 그런데 아차...

계산대 모든 사람이 다 여성분이다. 셀프 계산대 역시 여성분이 도움을 주고 계신다. 제길… 아직 한고비가 남았다. 침착하자...


친절하신 분은 생리대를 왜 이리 많이 사냐 물어볼 것 같다. 그래! 가장 과묵해 보이는 분을 찾자! 그분은 아무런 말없이 바코드만 찍었다. 내가 신용카드를 건네자 그제야 나를 쳐다보았다.


"일시불이요?"


"네?"


이 짧고 명확한 말을 못 알아듣고 되물었다. 또다시 '일시불로 결제할까요?'라고 물었지만, 난 또다시 '네?'라며 되물었다.


"할부할 거냐고요!"


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일시불로 해달라 이야기하고선 적립이며 뭐든 다 필요 없다 외치며 도망쳤다. 종이박스에 옮겨 담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왜 생리를 부끄러워해야 할까? 생리 관련 일을 시작한 나조차 왜 부끄러워할까?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고, 당연한 것을 우리는 왜 감추며 하는 걸까?


시간이 흘러 지금은 당당하고, 당연하게 생리대를 구경한다. 편의점이든 마트든 꼭 생리대 판매대에 간다. 그리고 새로운 제품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들고, 살펴보고, 구매한다. 이제는 이런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다. 이건 내 생각의 변화도 있고 익숙해짐도 있지만, 몇 번의 반복된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하든 남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를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 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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