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의-1

앰버 이야기

by 오늘

사람을 처음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가 말문이 트이면,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ㅇㅇ님(호칭은 그때그때 다르다)은 어떤 사람인가요?”


사람들이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여기는지 궁금한데, 이렇게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바로 대답하기를 어려워한다. 그럴 때는 나도 같이 고민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어떻게 생겼고, 어떤 목소리와 말투로 이야기하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가지? 그렇게 잠깐 생각하다 보면 이내 대답이 나온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앰버가 보기엔 어떤 사람인가요?”, “나는 ~한 사람인 것 같아요.”


대부분 저 세 가지 유형에 속한다. 앞의 두 가지 유형은 대답을 어려워하고, 뒤의 한 가지 유형은 확신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누구인지, 또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당연하게도 서류가 정의하는 나를 ‘외울’ 수는 있지. 이름 ★★★. 나이 2N세. 직장인. 주민등록번호 ******-*******. 성별 여성. 키 16n cm. 몸무게 5n kg. ▲▲▲과 △△△의 딸. 숫자와 문자로 이루어진 나는 이 정도일 거고,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지. 하지만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종류가 아니다. 나를 구성하는 무형의 어떤 것들을 우리는 과연 정의할 수 있는가?


모르겠다. 그러니 한번 해 보자.


나는 진지하고 신중하며 말이 없고, 동시에 장난스럽고 충동적이며 수다스러운 사람이다. 또, 넓은 포용력으로 이해할 줄 알며 또한 편협한 생각과 편견을 가진 사람이다. 용감하고 대범하면서도 겁이 많고 소심하다. 이렇게 나를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가 상충한다. ‘이것들이 양립해도 되는 건가? 모순덩어리인데… 나는 정말 어떤 사람이지?’하는 의문이 다시금 고개를 든다.


결국 상황과 대상에 따라 다른 거다. 나를 이루는 속성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 함께 있는 대상이 누구(또는 무엇이)냐에 따라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회사의 S군(https://brunch.co.kr/@nadograe/53의 작성자)은 나를 재미없는 사람으로 평가하지만 쟈쟈(친동생)는 나를 ‘재간둥이’라고 부른다. 친구들과 J는 나를 성숙하고 속 깊은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엄마는 날 ‘철딱서니’로 보곤 한다.


그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는 누구냐. 대답하기 어렵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사람을 만든다. 거기에 더해 사회와 역사와 시간, 그런 것들이 뭉쳐져야 한 인간이 나온다. 이리도 복잡하고 섬세하게 만들어진 나를 정의하는 건 당연히, 한 단어로, 한 문장으로, 한 편의 글로, 한 권의 책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이쯤 되니 ‘굳이?’ 싶기도 하다. 굳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의를 알고 살아야 하나? 취업이나 진학 과정에서 자기소개를 요구하는 등의 특수한 상황이라면, 어떤 속성이든 슬쩍 장점으로 버무려(ㅋㅋ) 표현하면 된다. 다만 평소에 말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너무 깊게 고뇌할 필요가 있나 싶다.


나는 수십 가지의 형용사에 스스로를 끼워 맞출 수 있는 사람이며, 단순히 몇 개의 단어와 문장은 내게 부족하다. 나를 정의하기에 나는 너무 많은 색과 질감과 모양으로 이루어졌다는 거다. 정말, 정말, 정말! 상투적이고 식상하고 지겹고 낡은 표현이지만 결국 난 나다. 가장 쉽고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 그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사람에게 앞으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싶다.


나는 나입니다. 내가 궁금하다면 나에게 더 가까이 오세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당신에게 달렸으며, 당신이 아는 나와 네가 아는 나, 언니가 아는 나, 체스가 아는 나, 윌이 아는 나, 하다가 아는 나… 모두 다른 사람일지 몰라요. 나는 수백 개의 나를 가지고 있으니 ‘나는 나예요’라는 말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까요?


또한, 앞으로는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묻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너무나도 복잡 시런 질문이며, 어차피 그도 그일 것이고 당신도 당신일 걸 알았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또 이상한 데서 결론이 났군!


- 앰버




nadograe.com/stor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