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친구이자 가장 오래된 친구

하다 이야기

by 오늘

3년 전, 내가 가진 책이 700권을 넘었다. 그 후로는 기록을 포기했다.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을까. ‘책’과 관련된 기억을 복기하니 아빠와 엄마가 도드라졌다. 아빠는 삶의 많은 시간을 책과 함께 보냈다. 엄마는 나의 모든 순간과 동선에 책을 배경으로 뒀다. 무남독녀 외동딸에 친구 사귀는 데 흥미도 없는 나는 자연스레 책과 우정을 맺었다. 글자는 별로 없고 그림이 전부인 책부터 한글은 없고 영어만 가득한 책까지 다양한 친구를 사귀었다. 책을 펼쳐 하나 둘 눈에 담으면 점점 동화되는 게 늘 신기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건 누군가의 조언 때문이었다. ‘너는 글을 잘 쓰니까 작가가 되는 건 어때?’ 이 말 한 마디가 꿈이 없던 내게 꿈을 심었다. 오랫동안 책과 나눈 우정은 작가가 되겠다는 다짐의 거름이 됐다. 그 영향으로 정한 대학전공은 많이 읽고, 자주 쓰는 법을 체화하게 해 책과 더 긴밀해졌다.


취직 후 내가 번 돈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쓸 수 있게 되니 책에 가장 마음이 끌렸다. 용돈을 받을 때도 샀지만, 자립 후엔 더 많이 샀다. 서점이 보이면 무조건 들르고, 여윳돈이 있으면 제일 먼저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고, 지적 허영이 차오르는 날엔 남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구경했다. 갖고 있는 책을 판 돈으로 더 많은 중고서적을 사 책장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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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이북리더기에 반해 온갖 기기를 탐구한 시기가 있다. 여러모로 따지고, 재다가 하나를 샀다. 모든 전자서점에서 저마다 시행하는 이북 구독서비스에 가입해 흥미로운 책을 바구니에 마구 담았다. 그런데 종이책과 달랐다. 읽을 순 있으나 보고, 만지고, 무게감을 느낄 수 없었다. 분명 존재하지만, 없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냄새와 촉감이 궁금해 같은 책을 이북과 종이책 둘 다 사다가 요즘엔 이북리더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책의 물성은 ‘독서’이지만,
나에겐 내가 원하는 순간에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내 지문을 새길 수 있어야 하며
나의 책장에 온전히 머물러
역시 내가 원하는 순간에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가지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오늘도 인터넷 서점에 들러 몇 권을 보관함에 담았다. 조만간 그 책들은 내 책장에 자리를 잡고, 미래엔 내 머릿속 어디에 새겨질 예정이다.


친구였다가 점점 나의 일부가 되는 이 관계가 영영 깨지지 않았으면 한다.


-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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