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개인적인 우리의 이야기

앰버 이야기

by 오늘

아침 7시에 눈 뜸. 휴대폰 확인함. 졸다가 7시 20분쯤 일어남. 고양이 쓰다듬어 줌. 화장실 감. 고양이 쓰다듬어 줌. 먹을 거 있으면 먹음. 간단히 먹을 게 없으면 그냥 세수하고 양치함. 고양이 토닥여줌. 옷 갈아입음. 다시 고양이 쓰다듬고, 토닥여줌. 겉옷 입음. 7시 40분에서 50분 사이에 가방 챙겨서 나옴. 다녀오겠습니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감. 지하철 탐. 잠. 내림. 역에서 나옴. 버스 탐. 잠. 내림. 2~3분 걸음.


엘리베이터 탐. 엘리베이터 내림. 동료들에게 인사함. 안녕하세요- 나 밖에 없으면 히터 켬. PC 켬. 안경 씀. 정전기 때문에 혼자 ‘아 따가!’ 함. 괜히 핸드크림 한 번 바름. 가방 내림. 겉옷 벗음. 신발을 벗고 털실내화로 갈아 신음. 텀블러에 물 떠 옴. 담요 두름. 자리에 앉음. 메일함 확인함. 카카오톡 로그인. 텔레그램 확인. 슬랙 확인. 옆에 있는 서랍에서 두유 하나 꺼냄. 두유 마심. 오전 업무 시작함.


좀 하다 보면 슬슬 집중력이 떨어짐. 배가 고파 옴. 12시쯤, 아니면 1시 이후가 되면 나가서 밥 먹음. 추우면 사무실에서 시켜 먹음. 정리를 함. 웹툰을 보거나, 웹서핑을 하거나, 뭐가 됐든 딴짓을 잠깐 함. 비타민과 유산균을 챙겨 먹음. 양치함. 이쯤 되면 눈이 뻑뻑하니까 인공눈물을 한 번 넣음(잘 못 넣음. 버리는 게 반임.). 오후 업무 시작함.


한참 일을 하다 보면 또 집중력이 떨어짐. 화장실 다녀옴. 물 다시 떠 옴. 두유갑 버림. 비슷하게 집중력이 떨어진 동료가 있다면 잠깐 농담을 함. 딴짓도 잠깐 함. 또 한참 일을 함. 출출해지면 편의점에 다녀옴. 또 일을 함. 퇴근시간 됨. 약 10분 전부터 슬금슬금 눈치를 봄. 퇴근시간이 되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남. 담요 접음. 탕비실로 가 텀블러를 씻음. 화장실에 다녀옴. PC 끔. 겉옷 입음. 가방 챙김. 지갑은 주머니에 넣고, 이어폰은 휴대폰에 꽂음. 가방 둘러멤. 신발은 꼭 까먹고 뒤늦게 갈아 신음. 동료들에게 인사함. 내일 봬요- 가보겠습니다- 타이밍이 맞는 날엔 하다와 함께 나옴. 엘리베이터 탐. 엘리베이터 내림.


버스정류장까지 두런두런 걸음. 신호가 바뀌면 헐레벌떡 달림. 조심히 가세요- 숨을 몰아쉬며 버스에 오름. 자리가 있으면 앉음. 없으면 섬. 유튜브를 켬. 딱히 볼 게 없어 전에 봤던 영상을 또 봄. 재미없음. 다 끔. 텅 빈 이어폰 끼고 창 밖을 구경함. 버스에서 내림. 초록불이 되면 횡단보도 건넘. 버스 기다림. 쟈쟈에게 카톡 함. 어디냐? 밥 먹음? 내친김에 밀린 카톡 확인함. 친구들과 쓸 데 없는 농담을 함. 버스 옴. 버스 탐. 쟈쟈에게 답장 옴. 집인데 왜? 답장함. 걍. 배고파. 다시 답장 옴. 와서 밥 드셈. 답장함. ㅇㅋ. 버스 내림.


어둑한 길을 걸음. 집에 도착함. 다녀왔습니다- 손 씻음. 겉옷 벗음. 고양이 쓰다듬어 줌. 인사함. 일찍 왔네? 어, 배고파. 밥 먹어. 엉. 부엌 불을 켬. 고양이 토닥여줌. 반찬을 꺼냄. 접시에 덜어 식탁에 둠. 밥을 퍼 식탁에 둠. 수저와 물컵을 챙겨 앉음.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 대충 추천 영상 중 아무거나 켜 둠. 밥 먹음. 다 먹음. 뭉그적거림. 설거지함. 식탁 닦음. 방으로 들어감. 침대에 누움. 뭉그적거림. 잔소리 들음. 너는 꼭 오면 바로바로 안 씻고- 아 알았엉 씻을겡.


잠옷과 수건 챙김. 화장실에 들어가 씻음. 머리를 벅벅 감음. 짧은데도 귀찮아 죽겠네 이깟 거 다 밀어버릴까 잠깐 생각함. 뒤집어질 엄마를 생각하며 멋쟁이 빡빡이가 되는 건 살짝 미루기로 함. 몸 닦음. 세수함. 열심히 양치함. 머리칼의 물기를 대충 짜냄. 수건으로 대충 털어 냄. 몸의 물기도 대충 닦음. 잠옷 입음. 잘 안 들어가면 물기 더 닦고 입을 걸 잠깐 후회함. 다 입음. 내일부터 잘 닦아야지 생각함. 화장솜에 토너를 묻힘. 얼굴을 닦음. 얼굴 닦은 화장솜으로 수챗구멍의 머리칼을 집어 버림. 빨랫감을 둘둘 말아 들고 나옴.


드라이기 켬. 머리 말림. 진짜 귀찮아 죽겠네 이깟 거 다 밀어버릴까 한 번 더 생각함. 뒤집어질 엄마를 생각하며 멋쟁이 빡빡이가 되는 건 조금 더 미루기로 함. 그날 꽂힌 노래 흥얼거림. 다 말림. 둘둘 만 빨랫감을 세탁기에 던져 넣음. 조준 실수로 세탁기 뚜껑이 쾅 닫힘. 소심하게 사과함. 아 미안- 실수요- 잔소리 들음. 아우 시끄러워! 조심하랬지! 엉- 지송-


졸고 있는 고양이 쓰다듬어 줌. 어어 야 미안하다 양치 좀 하자 양치하고 또 자자! 고양이 안음. 다리 위에 비몽사몽 고양이 마주 앉히고 앉음. 고양이 얼굴 마사지해 줌. 정신 차리기 전에 손등에 치약 짬. 양치 시작함. 어이구 착해 양치도 잘해 아이고 다 했다 응 미안해 누나가 미안해 어어 다 끝났어 그렇게 싫어? 그럼 혼자 해 이제 할 때도 됐다 세 살이면 아유 다 했네 다 해쓰 수고해쓰! 도망가는 고양이는 꼭 명치를 발로 참. 윽. 너무하다 이 자식아. 칫솔 씻음. 손등 씻음. 칫솔 말려 둠.


침대 1층(2층 침대 보조침대)에 누움. 다시 유튜브 켬. 이쯤 되면 유튜브가 눈에 들어옴. 구독하는 유튜버들의 새 영상을 봄. 다 봄. 아이패드 살까 말까 고민함. 쟈쟈에게 물어봄. 야 나 아이패드… 사지 마 언니가 쓸 것 같아? 엉. 낄낄댐. 2층에 누운 쟈쟈랑 같이 낄낄댐. 슬슬 졸림. 내 침대로 올라감. 밀린 카카오톡에 답장함. 인스타 봄. 습관적으로 하트 누름. 실수로 광고 계정에 하트 누름. 취소함. 휴대폰 내려놓음. 눈 감음. 잠듦.

아침 7시에 눈 뜸. 휴대폰 확인함. 졸다가 7시 20분쯤 일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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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하나쯤 배우고 싶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고, 멀지 않은 곳에 여행도 가고 싶고, 맛있는 거 먹으러도 가고 싶고, 놀러도 가고 싶고. 근데 못 하고 있다. 왜 못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요즘 내가 뭘 하고 살길래 이렇게 시간이 없나 쭉 적어 봤다. 보니까 얼레벌레 굴리고는 있는 것 같은데, 시간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뭘 못 한다. 뭘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틈틈이 할 수 있을 거고, 주말이라는 시간도 있고, 망설이는 사람과 그냥 해버리는 사람 사이에 아주 큰 차이는 성과에서 나타난다는 말도 아는데, 왜 시작하기가 어려울까. 왜 이렇게 지쳐 있을까 모르겠다.


다들 그러고 산다는데, 글쎄. 모두들 열심히 사는데 난 너무 대충 사는 것만 같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내 연료통은 왜 텅 비어 있는지 모르겠고. 정말, 글쎄. 아무리 그래도 뭐든 하려면 할 것 같은데 시작하기가 너무 어렵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으면서 또 슬슬 살아지는 걸 보면 될 것도 같고. 굳이 막 생산적으로 살아야 하나 싶고. 청춘인데 뭐해, 더 불태워! 하는 소리 들으면 뭐라도 해야 하나 싶고. 귀가 팔랑팔랑, 또 팔랑팔랑, 이 말도 저 말도 맞는 것 같고.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냐 근데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고.


나만 그런 걸까, 아니면 나도 그런 걸까. 일단 제목은 ‘우리의’ 이야기라고 지었는데 잘 모르겠네. 나만 그런 거면 어쩐담. 또 팔랑팔랑. 다시 팔랑팔랑.


- 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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