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도 어언 6개월 하고도 반이 지났다. 이렇게 시간이 빠르다. 6개월이 지나는 동안 멤버 변동도 있었고, 우리 공식몰이 오픈했고, 나는 인턴에서 정직원이 되었고, 살면서 처음으로 연말정산도 해 봤고, 뭐… 그랬다. 이제 인턴이 아니니까 조금은 달라졌어야(물론 좋은 쪽으로) 하는데, 과연 달라졌을까? 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의미의 글을 써보려 한다.
보통 9시 15분에서 25분 사이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창문을 열어 두고, PC를 켠 뒤 텀블러에 물을 담아 오면 일할 준비가 대충 끝난다. 담요를 둘둘 두르고 앉아 가장 먼저 하는 건, 판매량을 살피는 일이다. 전날 출고(나도그래는 낮 한 시 이전 주문건 당일 발송) 이후부터의 판매량을 쭉 훑어본다. 이벤트 등으로 인해 출고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경우, 오전에 1차 출고 내역을 정리해서 택배사에 메일로 넘긴다. 평이한 수준일 경우, 큰 특성이 없는지 확인 후 다음 일을 시작한다. 유기농 생리대와 관련된 새로운 기사, 신제품 등을 서치 하고, 유의미한 결과가 있으면 그것을 공유하는 일이다. 뉴스 위주로 검색하다 보니, 업계의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재미있는 일이다. 이 일이 끝나면 매출 관리를 한다. 전일 판매량을 살펴보고, 기록한다. 그 일을 끝내면 점심 먹을 시간이 온다.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오면, 슬슬 낮 한 시가 다가온다. 전날 한 시부터 지금까지의 주문 건을 취합해야 한다. 침착하게 정리하고, 검토하고(성격이 급해서 이 검토가 정말 정말! 중요하다. 지난주에 메일 실수 덩어리였다. 더 이상의 메일 실수는 안 된다.) 메일로 넘기고 나면 재고관리를 시작한다. 오늘 출고된 제품의 수량을 정리하고, 멤버들에게 보고한다. 헷갈릴 수 있으니 또 침착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보고하고 나면, 매일 주어진 고정 업무는 마무리된다. 중간중간 던져지는 잔 업무도 있고, 시즌별로 주어지는 이벤트나 팝업 디자인의 기획, 사이트 관리 등의 업무를 후다다닥 해치우고 나면 해가 슬슬 기운다.
아직까지 무지렁이인 나는 이것저것 들이닥친 일에 정신 못 차리다가 바보 같은 짓도 하고, 인턴 때(라고 해봐야 불과 1~6개월 전이긴 함)도 안 했을 실수를 오히려 연발하고, 그런 서툰 사람이다. 사실 그래서 요즘 내 상태가 좀 별로였다.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도 못하고 뭔가 완성된 걸 손에 잡지도 못하는 실수투성이 멍청이가 된 느낌에 자존감은 뚝뚝 떨어지고, 집중도도 떨어지고, 뭐… 그랬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계속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고, 많은 걸 배웠다.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확실히 좋은 쪽으로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물론 정직원이 되며 관여도가 높아지다 보니 오히려 지금의 회사 생활이 입사했던 때보다 더 어렵다. 실수해도 된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하고 멤버들이 이야기해 주시지만 그것조차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근데 그냥… 점차 나아지겠지 하고 멀리 보려고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어제보다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오늘의 나를 데리고 앞으로 걸어 나가야지, 별 수 있나. 신분이 조금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내 능력치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업무효율이 늘어나는 건 아니니까. 그냥 조금 더 괜찮은, 어제보다 좋아진, 전보다 나아진 나를 보며 계속 ‘앞으로’ 가야지. 앞에 놓인 것들을 하나씩 해치우며 앞으로 가다 보면 언젠간 무지렁이를 탈출한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 믿고 침착하게 걸어가야지.
- 앰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