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이야기
외할머니는 암수술을 두 번 받았다.
성인이 되기도 전에 일면식 없는 사내와 결혼을 하고, 여섯 남매를 키운 외할머니는 장군‘이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강한 생활력 그리고 카리스마까지 장군 그 자체였다. 하지만 두 번의 큰 수술 후엔 길가에 핀 민들레가 됐다. 미풍에도 흔들리는 가녀린 몸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변화의 시작엔 기저귀와 생리대가 있다.
외갓집에 가면 불쾌한 냄새가 났다. 외할머니는 자주 화장실에 가고, 아주아주 펑퍼짐한 바지를 입었다. 엄마를 만나면 작은 목소리로 ‘냄새나냐?’고 물었다. 어렴풋했던 나의 짐작이 현실과 같음을 알게 된 건 외갓집 작은방 한편에 놓인 기저귀를 본 후였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할머니는 엄마 집 안방으로 이사를 했다. 하루는 엄마가 좋은 기저귀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고, 난생처음 기저귀를 검색했다. 그때부터 할머니의 기저귀 담당이 됐다. 비싸지만, 돈은 이런 데 쓰기 위해 버는 것이라 생각하며 정기적으로 샀다. 장군이었고, 겉모습은 민들레이나 그 안에는 여전히 장군이 남아있는 외할머니는 ‘내 기저귀는 내 돈으로 산다’며 돈을 줬고, 그 후로도 꾸준히 준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쓰는 기저귀가 고가라 아무래도 외할머니에게 부담일 테니 대형 생리대나 오버나이트 생리대가 어떻겠냐 물었다. 실제로 많은 어르신들이 기저귀를 입고, 그 안에 일자형 기저귀나 생리대를 착용한 후 그것만 교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할머니 역시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다행히 내가 생리대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그 부분은 경제적으로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장군이 영토를 확장하듯 이곳저곳 누비며 호령하던 외할머니는 이제는 기저귀 없이는 불안해서 어디도 가지 못한다. 기력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한몫하고. 다 쓴 기저귀와 생리대를 행여 누가 볼까 싶어 꽁꽁 숨겼다가 아무도 모르게 버리는 외할머니를 보며 생각했다. 여성이 기저귀와 생리대에서 자유로이 지내는 기간이 인생에서 얼마나 될까.
세상에 나오면 기저귀를 찬다. 그 후엔 생리대를 착용하고, 인생의 중반까지 사용한다. 얼마 지나면 다시 기저귀를 찬다. 이렇게 무언가를 ‘착용’하고 산다는 게 자신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그 ‘무언가’의 만듦새와는 상관없이 일정 기간을 잘 보내려면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 자신의 한계를 설정한다.
할머니는 늙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거기에 ‘기저귀’까지 더해져 더 쓸쓸하다고 했다. 생리대와 기저귀, 별 거 아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함의는 절대 별 게 아닌 게 아니다. 행동에 제약이 생기고, 그게 사고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할머니는 주로 집에만 머문다. 할머니의 세상은 그렇게 좁아졌다.
-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