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이야기
생리에 대해 글을 쓰며 대부분 우울하고, 비관적인 내용이다. 몇십 년 동안 한 달에 평균 일주일씩 불쑥불쑥 찾아오는 생리를 맞이하는 건 그리 달갑지 않으니까. 잠시라도 방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척척한 생리대를 꼭 붙여야 하는 것 역시 구리 유쾌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생리'덕에 안심하는 경우도 있음을 빼놓을 수 없다.
친구가 딱 둘인데 그들 모두 '생리불순'을 겪고 있다. 짧게는 두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생리를 하지 않아서 병원에 다녔고, 다니는 중이다. 기다리고 기다려 겨우겨우 생리를 하면 그 양이 아주 적거나 너무 많아서 또 병원에 가기도 한다. 그 친구들에게 PMS와 생리통에 대한 불만을 주절주절 토로하면 '나도 했으면 좋겠다…'고 답한다.
생리는 해도 걱정, 하지 않아도 걱정이다. 그러나 두 상황 중 '생리를 하지 않아서 걱정'의 경우는 마주하지 않는 편이 당연히 훨~씬 낫다. 생리를 규칙적으로, 극심한 고통 없이, 무난하게 하면 '내 자궁이 비교적 건강하구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계획이 없다면, 그에 대한 걱정이 줄어듦 역시 당연하고.
그러니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생리'의 나쁜 점만 꼽고, 불편한 점만 따지는 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생리는 말 그대로, 사전이 알려준 그대로 '생물체의 생물학적 기능과 작용 또는 그 원리'이다. 이게 잘 굴러가야 내가 살 수 있다. 여성이 하는 생리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생리 관련 산업은 발전하지 않느냐, 사회가 생리를 대하는 방식이 너무 한심하지 않느냐 등등은 다른 맥락이니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변수가 툭툭 튀어나오는 삶에서 '생리'가 잘 굴러가면 마음 한편이 좀 놓인다. 만약 생리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덕분에 병원에 가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다른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예방'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생리는 불편하고, 힘들고, 아파'라고 말하느라 생리'덕'에 알 수 있고, 안심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진 않았는가 생각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리가 시작하면 결투 모드로 돌입해 '생리,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악에 받쳐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패배하는 일의 반복인데 그게 건설적인지 의문도 들었다. 안 그래도 생리 때문에 기운 쪽 빠지는데 가드 올리고 전쟁 태세로 덤빌 필요 있을까. 같이 한편이 되어 생리기간을 수월하게 넘기는 게 낫지 않을까. 생리는 싸우고, 화내고, 탓할 대상이 아니라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협력'해야 할 대상이 아닐까.
-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