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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해외로, 자유 여행을 떠나는 이는 주목!

첫 해외 가족 여행이 성공적이었다는 기쁨에 쓰는 글

by 소소 쌤

처음 떠나는, 부모님과의 해외여행이었다. 다낭.

(지난주 '[곰's] 집돌이가 떠나는 해외여행'은 남편의 다낭 여행기이다.)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가는 건 엄청난 도전일 거야’라고 주변에서 말했다. 부모님과 더 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경고하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부모님과 해외여행 시 금지어 10 계명이라는 게 있을 정도가 아닌가. 나 또한 부모님과 3시간 이상 함께 있다 보면 알 수 없이 지치는 터라 걱정이 됐다. 그럼에도 아버지 칠순을 맞아 호기롭게 첫 해외 자유 여행을 계획했다. 어머니, 아버지, 언니, 형부, 나, 남편(곰)이 함께한 6인의 여행. 아쉽게도 동생네 부부는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런데 여행은 예상치 않게, 스스로 놀랄 정도로, 정말 즐거웠다.

부모님과, 해외로, 자유 여행을 어떻게 했기에 ‘즐겁게’가 가능했는가를 한번 적어봐야겠다 생각했다.


하나, 누군가는 이끌고, 누군가는 따라야 한다.

함께 하는 여행에는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끄는 역할은 언니와 형부가 맡았다. 내가 MBTI J 성향이라고 평가하는 언니와, 언니 정도는 J가 아니라고 평가하는 극 J 성향의 형부. 둘의 리드가 큰 몫을 했다. 계속 결단을 못하고 미루던 우리에게 긴장감을 준 것도 형부였다. 비행기 예매와 숙소 예약이 여행 준비의 80%를 차지할 텐데 추진력을 발휘해주었다. 출발과 도착 날짜를 몇 박 며칠로 어떻게 구성할지, 새벽 비행기는 괜찮을지, 가격이 너무 비싼데 어떻게 할지, 레그룸 좌석으로 할지 말지, 숙소는 호텔이 나을지 리조트가 나을지, 위치는 어디로 할지, 숙소 가격은 어느 정도로 할지 모든 선택의 순간에는 반드시 리드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언니와 형부가 아주 훌륭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만큼 중요한 것은 따르는 역할. 내 남편, 곰은 그쪽으로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처가 행사에 불편한 점이 있을 텐데도 곰은 항상 불만 없이 서포트를 해주었다. 어떤 결정에도 No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사람. 내가 감사해하는 곰의 성향이다. 숙소는 오래된 목조 풀빌라 리조트였다. 주방이 있어 아침마다 한식을 만들어 먹었다는 점과 Private pool이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지만, 2층 방 2개와 달리 3층 방은 창문이 열리지 않는 습한 공간이었다. 지내는 내내 꿉꿉함과 불편함을 느꼈음에도 불평하지 않는 성향. 곰이 하고 싶어 한 일정들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도 살짝 눈치가 보여 ‘괜찮아?’라고 물어봤는데 ‘약간 속상하지만 괜찮아.’라고 말해주며 내색하지 않는 곰의 역할 또한 굉장히 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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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지나친 배려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

부모님과 첫 해외 여행이었기에 이 여행은 성공적인 것이어야 했다. ‘다시는 함께 여행을 못하겠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반드시 즐거운 추억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은 부모님을, 부모님은 자녀들을 눈치 볼 수밖에 없다. 기분은 어떤지, 컨디션은 괜찮은지, 음식은 입에 맞는지, 지금이 쉴 타이밍은 아닌지 등등.

언니와 형부는 첫날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저녁 식사 이후 급격히 힘들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여행 와서 하면 안 되는 부모의 말, ‘이런 음식은 한국에도 있다’ 거나, ‘한국에서 먹는 게 훨씬 맛있다’ 같은 말을 끊임없이 한 이유도 있었다. 그 말을 듣고 결국 언니는 여행 와서 하면 안 되는 자녀의 말, '이러면 같이 여행 못 다녀!'를 했고 그 말이 내내 후회된다 했다. 신경을 쓰는 만큼 예민해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나 또한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어머니는 더 신경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너희랑 해외 다니면 안 되겠어.’라고 하기에 깜짝 놀라 왜냐고 물으니 ‘너희가 너무 신경 쓰고 힘들어서.’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아버지가 ‘아니야, 난 또 갈 건데?’라고 말하는 걸 들으며 나는 안도했다. 눈치가 서로에 대한 배려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지나친 배려는 여행을 즐기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걸 알았다. 그저 좋으면 좋은 티를 내며 '너희랑 계속 여행 다닐거야'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말이 더 기뻤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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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

이게 사실 제일 중요하다. ‘따로 또 같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 여행이라고 가족 전 구성원이 내내 붙어있어야 한다면 그건 지치는 일이다. 혼자서도, 함께 있을 때도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부모님과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아침 시간은 되도록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남편과 동네 구경을 다녔고, 언니와 형부는 좀 더 숙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고, 부모님은 바닷가 산책을 즐겼다. 우리가 풀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면 부모님은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했고, 언니와 형부가 시내를 돌 동안, 우리 부부가 부모님과 관광지를 한 군데 더 돌기도 했다.

경기도 다낭시라고 불리는 다낭에서는 한국인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부부가 어린 아이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 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그런 경우 부부는 챙겨야 할 사람이 많기에 ‘따로 또 같이’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짬을 내서 부부 둘만의 시간이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시간이 있어야 잠깐 숨도 돌리고 이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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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여행하기 때문에 좋은 점은 '움직이게 된다'는 점이다. 보통 혼자이거나 곰과 둘이서였다면 하지 않을 수많은 경험들을 하게 된다. 사람 많은 장소에도 가보게 되고, 좀 더 부지런히 일정들을 소화하게 된다. 그럼에도 함께 여행하기 때문에 힘든 점은 '움직이게 된다'는 점. 내가 좋아하지 않는 공간에도 가야 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일정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는 점.

보통의 나라면 경험하지 않을 것을 하게 된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하다.


여행이 끝나고 서로에게 물었다. 가장 좋았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저마다의 순간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모두 똑같이 말한 것은, 이번 여행이 아무 탈 없이, 서로 감정 상하지 않고, 잘 다녀올 수 있음에 감사한다는 것. 긴장을 많이 한 여행이었던 모양이다. 아주 오랜만에, 함께함의 긴장과 즐거움을 느끼며 가족을 들여다보았다. 내 부모님은 나이가 많이 드셨음에도 여전히 예뻤다. 크로스백을 멘 채, '이게 여행자로서의 자세야' 라고 말하는 소년 같은 아버지와 꽃만 보면 신이 나는 소녀 같은 어머니. 내 부모와 함께 바닷가를, 도시의 밤거리를 걸으며 대화하는 일이 이렇게 낭만적이었던가. 또다시 부모님과, 해외로, 자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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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팁!

다낭은 부모님과 여행하기 정말 좋은 여행지다. 다들 가는 이유가 있더라. 강력 추천!

여행에서 날씨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다낭 2월 초는 최고다. 가능하면 날씨 요정 한 명쯤은 함께 가자. (신기했던 것은 날씨 요정을 자부하는 형부와 함께 머문 다낭의 5일만 날씨가 좋았고 그 전후로 비가 내렸다.)

마지막 밤은 좀 화려하게! 분위기 있는 옷을 챙겨가는 센스! 내 원피스를 입은 엄마가 정말 예뻤다.

독박게임 하나쯤은 준비해갈 것. 아주 간단한 게임 하나에도 분위기가 업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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