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고 꾸준히 고백해 왔지만, 항상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며 나 스스로를 자책해 왔다.
나를 끝까지 이끌어줄 무언가를 찾다가 발견한, 모던 북스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작가가 되는 시간'. 이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한 달이였던 지난 4월. 나는 단편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등단 소설가와 함께 하는 4주 책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꽤 오래 했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이런 책 쓰기 프로젝트들이 꽤 여럿이었다. 그중 모던 북스를 선택한 이유는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였고 무엇보다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글쓰기에서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글을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더 잘 쓰고 싶은 욕심 때문에 괜찮은 생각이 날 때까지 멈춰버리거나, 글 쓰는 법을 모르기에 헤매다가 그냥 시간이 흐르기도 했다. 그래서 시작은 하지만, 끝내지 못한 수많은 글들이 파일 속에 잠들어 있다.
이 프로젝트는 4주 동안 3편의 단편을 완성하고 그중 1편은 책으로 제작한다. '이게 과연 한 달 안에 가능할까?' 생각했지만 '마감의 힘'은 엄청난 것이었다. 주제에 대하여 메모장에 이것저것 적어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이것을 글로 풀어내어 고치고, 또 고쳐 누군가 읽을 수 있는 글이 어찌어찌 완성되었다. 거의 항상 마감 1분 전 제출이었지만 어쨌든 마감은 지켜냈다.
글 쓰는 일은 카페에서 집중이 잘 되었다.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른다.
[내가 썼던 3편의 단편 소설]
"생일 따위"
신도시로 이사 후 출퇴근의 어려움으로 만두집을 낸 부모님. 먹고살기 바쁜 부모님에 의해 자신의 생일날 축하를 받지 못한 여고생 은실이, 소문으로 인한 일련의 사건 속에 스스로의 생일을 축하하며 성장해 가는 소설.
"상실 다반사"
절이 문을 닫는다는 문자를 소법 스님으로부터 받은 성민. 함께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던 헤어진 연인 진선과 다시 한번 절을 찾는다. 아이스 믹스 커피 한잔으로 이어진 인연이 피낭시에로 무너지는 지난 연애를 회상하며,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던 소설.
"내가 엄마라는 사실"
아이를 출산한 엄마가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보게 될 편지 한 장을 남긴다. 아이를 가지기까지 자신이 품었던 생각들, 그리고 아이를 낳는 그날 세상에서 일어난 일. 아이를 낳기 전까지 세상에 회의적이었던 엄마는, 아이가 태어난 날 세상에 일어난 사건으로 충격을 받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 소설.
매주 박강산 작가님이 추천한 여러 편의 단편 소설들을 읽고, 소설 쓰기에 대한 박강산 작가님의 수업을 듣는 일은 즐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중했던 건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하고 작가님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피드백을 들으며 어떤 부분들이 독자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는지, 어떤 부분에서 의문이 생기는지를 알 수 있었다.
수업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말하지 말고 보여주는 글쓰기!'
'상실 다반사'는 퇴고를 거쳐 '해보길 잘했네'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611069) 네이버에 검색하면 내가 작가로 기재된 책이 나온다니 기분이 묘했다. 심지어 작고 소중하지만 인세도 정산받았다! 여러 작가가 함께 참여하기에 책의 표지나 제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고, 나를 포함한 초보 작가들의 설익은 작품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고 싶은 누군가의 마음이 꾹꾹 눌러 담겨 있는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아직 서툴지만 세상에 나의 첫 소설을 내보이며 내가 쓴 '작가 소개'와 '책 속 한 줄'은 이러했다.
작가 소개 : 글을 쓰면서 삶의 순간들이, 좀 버거운 순간조차도 소중해졌습니다. 제가 글을 쓰며 얻은 삶의 푸르름이 누군가에게 살며시 가닿기를 희망합니다.
책 속 한 줄 : 그래서 절도 문을 닫는 거야. 시주할 사람이 없는데 절이 어떻게 버티겠어. 사람 사는 데 돈 없이 되는 게 어디 있다고.
꿈의 연습 무대 같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연습들이 뿌리가 되어 나의 글이 기둥 굵직한 나무로 세상 밖에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단편 소설을 써보고 싶은 누군가.
짧은 시간에 단편 소설의 매력을 알고 싶은 누군가.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한 달을 보내고 싶은 누군가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