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삭제 요청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최근 나의 화두는 진실이다.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질문은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않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뉴스를 봐도 양립할 수 없는 두 주장이 각자 진실이라며 떠들어댄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은 사실도 사실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뉴스도 거짓, 그동안 배워온 상식도 다 잘못된 거라 말하니 이제 무엇이 가치 판단의 척도가 되어야 하나 혼란스럽다. 이런 상황이니 사람들은 목소리가 큰 사람이 외치는 더 자극적인 사실, 더 끈질기게 우기는 사람의 근거 없는 말을 믿어버린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된다.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올린 수많은 믿음을 무너뜨리면 그곳에 무엇이 남을까 두렵다.
서론이 길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혼란스럽게 했던 하나의 사건을 공유하고자 한다.
요즘 이사를 할 때 입주 청소는 기본이 되었다. 전문 청소 업체가 곰팡이 제거부터 살균 소독까지 해주니 새집으로 이사 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한 달 전 부모님이 이사를 하셨다. 입주 청소를 정하기 위해 최근 많이 사용한다는 입주 청소 매칭 플랫폼을 이용했다. 청소 예정일과 청소지를 선택하면 3개의 업체를 추천해 준다. 해당 플랫폼에서 3개의 업체를 추천받자마자 전화가 왔다. 세 업체 모두 가격은 비슷했고 청소하는 내용에도 큰 차이가 없었으며, 상담원들도 친절했다. 그래서 플랫폼에 나온 리뷰를 참고했다. 오랜 기간 업력이 있고, 리뷰수가 많으면서도 평점이 높고, 파트너 업체로 선정된 곳. 리뷰를 하나하나 읽었다. 결국 나의 결정에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플랫폼의 리뷰였다. 이게 내 실수였다.
입주 청소는 보통 본사에서 하청으로 청소하는 사람을 보내준다고 알고 있었다. 나도 2년 전 이사를 할 때 입주 청소를 하며 주워들은 것이었다. 아무리 직영으로, 본사 소속 팀장이 직접 청소한다고 홍보해도 수많은 청소 업체들이 하청 팀을 배정하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이 올지 복불복이기 때문에 일 잘하는 분으로 보내달라고 본사에 부탁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플랫폼에 리뷰를 믿고, 본사에 부탁하며 청소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청소 진행 과정과 결과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나는 2가지 면에서 가장 화가 났다. 예정된 시작 시간보다 늦은 오후 3시에 시작하여, 밤 11시가 되어서야 청소를 끝내고 그 시간에 입금을 요구한 점과 결과적으로 청소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 난방과 환기를 마음대로 틀어놓고, 매립 전등도 고장 나게 만들고, 고지된 금액보다 에어컨 청소 가격을 높게 부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이사하는 좋은 날이니만큼 좋게 넘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서랍장에 그대로 묻어나는 분진을 보고 차곡차곡 쌓이던 불만들이 폭발했다. 부모님 이삿날이기 때문에 기분 나쁜 내색도 못하고 나는 끙끙 앓다가 본사에 항의했다.
본사는 본인들의 청소 매뉴얼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고 불쾌하셨다면 사과한다 말했다. 나는 긍정 리뷰 시, 만원 환급 이벤트를 포기하고 경험한 사실을 솔직하게 플랫폼에 리뷰로 남겼다. 그리고 나는 이 불쾌한 경험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사건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토요일 오후에 전화가 걸려왔다. 이 전화를 시작으로 나는 청소를 했던 팀장들로부터 수차례 연락을 받았다. 자신들의 청소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묻기에 본사에 했던 설명을 다시 해야 했다. 그들의 변명, 자신들은 열심히 했다는 말을 들었다. ‘열심히’는 내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늦어진 청소 시간, 동의 없는 난방과 환기, 매립 전등 고장, 에어컨 청소 가격, 서랍장의 분진, 소통의 문제 등 내 입장에서의 문제점을 수차례 설명해야 했고 그들은 인정했으나 변명했고, 그랬다면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이 원한 건 리뷰 삭제였다. 나의 리뷰로 그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다 했다. 리뷰 삭제를 거절해도 문자로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 했고, 또 전화를 했다. 돈이나 AS 청소로 협상을 하며 연락은 계속됐다. 리뷰 삭제에 동의한다는 문자 하나면 된다고, 본사가 자신들에게 알아서 삭제해 오라고 했다고, 하지 않으면 일이 끊긴다고, 생계가 달려있으니 부탁한다는 말, 연락은 계속됐다.
나는 이제 누가 잘못한 건지, 어디서부터 문제인 건지 혼란스러웠다. 처음엔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은 팀장들에게 화가 났으나, 점점 그들에게 리뷰를 삭제하지 않으면 일을 끊겠다고 말했다는 본사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이렇게 리뷰 삭제가 되고 있는 걸 모르거나 무시하는 플랫폼에 화가 났다. 어느새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도 서비스에 불만족한 내가 누군가의 생계를 위협하는 가해자처럼 느껴지게 하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끊임없이 불쾌했으며 어디까지 내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끝까지 내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지 않는 나약한 나에게도 화가 났다. 이 상황이 그저 스트레스였다.
아주 구구절절한 사연이었으나 결론은, 리뷰가 삭제되었다. 그 본사는 여전히 우수점으로 부정적 리뷰 하나 없이 영업하고 있다. 내가 청소를 하기 전에 봤던 하나의 부정적 리뷰도 삭제되어 있는 걸 봐서는 나 아닌 누군가도 이런 압박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글로 인해 우리가 피해를 본다'라고 주장하는 일이 생길까 두렵다. 종종 악성 리뷰로 피해 보는 선량한 자영업자에 대한 기사를 떠올리며 나는 내가 그런 악성 리뷰 작성자는 아닐까 자기 검열을 하고, 또 억울함을 느낀다. 그리고 생각한다. 무엇도 말할 수 없는 사회 같고, 누군가 말한 무엇도 믿을 수 없는 사회 같다고.
나는 앞으로 리뷰를 신뢰하지 않기로 했다. 부정적 리뷰가 하나도 없는 업체는 더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눈앞에 있는 것들에 대한 신뢰가 점차 사라진다.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진실을 판단하고, 무엇을 신뢰하며 살아가야 할까. 그것이 참 어려운 시대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