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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탐구 May 28. 2024

나는 왜 글을 쓰며 살고자 하는가

나는 나와 너그리고 우리를 위해 글을 쓰며 살고자 한다.

처음으로 글로 이룬 성취는 초등학교 6 학년 때 참가한 구청 글짓기 대회였다. 적당히 쓰고 빨리 놀러 나가고 싶었기에 순식간에 써 내려간 글이었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동상을 받았다. 중, 고등학생 때는 학교와 학원을 반복했고,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단지 제일 싫어하던 언어영역에서 비문학만 잘하던 이과생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모든 과목은 시험 없이 에세이로 평가되었다. 과목마다 5,000 자 이상의 글을 쓰기 위해 정말 많이 읽고, 생각했다. 문장 한 줄 한 줄에 대한 근거와 이유를 찾아 헤맸다. 과목에 따른 편차는 있었지만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돈을 벌기 위한 글을 썼다. 주요 업무는 따로 있었지만, 제안서, 보고서, 회의록, 기획서 및 마케팅 콘텐츠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글을 썼다. 하지만 글은 문학적 센스가 넘쳐나거나, 충만한 인사이트를 가진 특별한 사람들이 창조하는 것이며, 나는 그런 특별함은 없다고 단정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은 쓰기보다 읽기에 집중했다. 




               

나를 위해 


주로 불안하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답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글을 읽었다. 누군가의 센스와 인사이트가 나에게 답을 줄 거라 믿으면서 책, 인터넷, 잡지 혹은 어느 게시글의 댓글까지 뒤적였다. 하지만 어디에도 답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건 나의 답이 아닌 그들의 답이었으니까. 


나의 답을 찾기 위해 먼저,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했다.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나만의, 나에 대한, 나를 위한 글이 필요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을 잠재워야 했다. 


다른 이들이 썼던 글을 나에게 대입해 보며, 적어 보았다. 시작은 노트 귀퉁이의 끄적임이었다. 끄적임은 문단이 되고, 문단은 글이 되었다. 나의 문장들은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를 확실하게 해주었다. <나는 왜 쓰는가>에서 조지 오웰이 말한 것처럼, 나 자신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자질구레한 정보 조각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불안을 완전히 잠재울 만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아마 영원히 찾지 못할 것이다. 다만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은 나를 찾아가는 불확실한 여정이기에 여지없이 불안하고, 그런 불안을 즐겨야 한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발견하여, 진심으로 불안을 즐기기 위해서 글을 쓰며 살고자 한다. 




             

그리고 타인을 위해 


읽기에만 집중하던 시절 나에게 닿았던 많은 글은 비록 정확한 답을 주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불안을 버티게 해주었고, 풍부한 감정 표현을 알게 했으며, 다양한 관점을 이해시켰다. 다른 이들의 글을 적용해 가며, 천천히 나만의 세상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처럼 텍스트는 타인에게 닿아야 온전한 글이 되고, 공감받을 때 더 빛이 난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혼자만의 기록일 뿐이다. 하지만 나의 문장들이 글이 되기 위해 만나야 하는 타인은 나와 다르다. 타인은 같은 글에 대해 나와 다르게 반응하며, 나의 글을 비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 한 명이라도 나의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 준다면, 충분히 글의 기능을 완수한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 구청 글짓기 대회에서 나의 글로 작게나마 타인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에 상을 받게 되었다. 타인에게 즐거움을, 나 자신에게는 상이라는 성취의 기쁨을 주며, 나의 작은 글은 빛을 냈다. 


어떻게든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아직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한 누군가가 있다면, 나의 글을 통해 작은 스위치를 발견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스위치로 자신만의 불을 환히 밝힐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나에게도 크나큰 감동이리라. 이 때문에 나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위해 글을 쓰며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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