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OO뿐

매일 한 페이지 아니 한 줄의 기록이 주는 선물

by 소소블

가수 변진섭의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이라는 노래를 아시는 분? 제목이 낭만적이면서도 단호하다 오직 줄 수 있는 것이 사랑뿐이라니. 제목에서 줄 수 있는 상대를 네가 아닌 '나'로 바꿔봤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오직'이라는 부사를 앞세울 만큼 대체할 수 없는 그것이 나에게도 있을까? 만일 없다면 지금이라도 줄 수 있는 걸 만들어 보자




모닝페이지와 일기 쓰기는 현재 나에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데 꼭 필요한 루틴들이다 그중 일기를 쓰는 걸로 하루 일과를 정리한 지는 5년 차.


오늘 해야 할 일 정도만 겨우 체크하던 내가 갑자기 일기를 쓰게 된 건 책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김신지 저]를 만나고부터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책

집 근처 도서관에 대여한 책을 반납하고 '이번엔 무슨 책을 읽어볼까..?' 하다가 눈에 들어온 작고 얇은 책. "수많은 책들 중 자신의 손에 들리게 된 책은 그 당시 자신에게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은연중에 고르게 되는 거라고." 책을 집어 들며 어디서 들어 봄 직한 저 말이 떠올랐다



오랜 직장인에서 전업주부로 역할이 바뀐 후 몇 해를 지날 때였다 살림에 조금씩 요령이 생기면서 틈새 시간을 활용해 이런저런 일 등에 도전하던 시기다 이를테면 공인 중개 자격 취득 공부나 유튜브 채널 운영 같은 일. 그러다 우연찮게 전 직장 동료의 카페 창업과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프랜차이즈 식당 계약 소식을 접하면서 그들에게 축하와 응원을 전하는 내 겉모습과 달리 뾰족한 자책이 마음 한편을 아프게 찔렀다 '나만 그대로였구나 나만 제 자리였어..'



그 시기에 저 책을 만난 거다 "일상의 작은 조각이라도 꾸준히 모아보고 기록해 보기"라는 따스한 메시지가 담긴. 일단 작가가 권유한 'ONE LINE A DAY'라는 5년 다이어리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하루를 네 줄로 기록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을 테니까. 날짜와 날씨를 쓰고 그날 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얼 먹고 어딜 갔는지, 살림은 뭘 했는지 등 아주 사소한 일상들을 기록했다 그렇게 1년 넘게 쓰다 보니 단 네 줄로 나의 하루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하지 싶어 하루를 한 페이지에 담을 수 있는 몰스킨 데일리 포켓 다이어리를 추가한 것이 3년째 유지되고 있다




일기를 쓰면 내 하루를 세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출근하는 신랑의 아침 식사 준비로 하루를 시작해 침실, 거실, 화장실 정리와 세탁기 시작 버튼을 눌러두는 걸로 대충 오전 살림을 끝낸다 그럼 이제부턴 나를 위한 시간! 가벼운 스트레칭 후 읽고 쓰기 위해 책상에 앉는다



점심을 먹고 어느새 오후로 접어들면 자연광이 잘 비추는 작은방에 가서 그간 기록해 둔 다이어리와 노트 등을 촬영한다 콘텐츠 업로드도 해야 하니까. 그리고 나면 신랑 저녁 식사 를 준비 할 때가 다가온다 하루 중 이때가 가장 분주할때. 이후 주방 정리를 끝으로 오늘 치 살림 종료! 하루가 저물어 가는 밤 이제 일기를 쓰기 위해 다시 책상에 앉는다



매일 반복되는 이 평범한 것들을 기록한다

일기를 쓰기 전에는 몰랐다 바삐 움직이기는 하지만 무엇 때문에 바쁜지, 오롯이 나를 위해 애쓰는 일은 무엇인지를. 그런데 이제는 안다 나도 멈추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걸. 내 손길이 필요한 신랑과 가족, 집을 위해 매일 움직였고 미래의 나를 위해서도 읽고 쓰며 콘텐츠를 올렸다 또 꾸준히 운동하는 나도 하루 안에 있고. 그걸 일기를 쓰면서 알게 되었다 물론 마주치기 싫은 게으른 모습도 일기 속에 있지만.



일기를 쓴 후부터일까 이젠 주위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 몰아세우지 않는다. 지금은 내가 보낸 하루를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오늘 하루 수고한 나에게 격려와 위로를 해주고 때론 가차 없이 반성도 하게 만드는 일기. 게다가 내가 보낸 일상을 종이 위에 쓰면 원인 모를 불안감도 많이 줄어든다 아마도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반 걸음 나아진 모습일 테니. 이것 하나로도 ‘일기 쓰기'는 내게 큰 선물이다



단 한 줄이든 한 페이지든 내 하루를 세심히 바라보게 해주는 일기. 그것이 어쩌면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오직 그 하나가 아닐까




내년부터 일기를 써야지 마음먹었다가도 "아니 매일이 똑같은데 뭘 쓰지?"싶다면 다음 편 글을 읽어주시길!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