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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럼 Nov 23. 2015

결국 설득은 이해와 공감의 차원

설득의 심리학

우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에도 수십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곤 한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지? 점심은 무얼 먹지? 버스에서 무슨 음악을 들을까? 등등 하루에 몇 번이고 선택하고 행동하며 그로 인해 하루의 방향이 결정되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린 이러한 행위를 선택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취향과 습관이라 여기며 그때그때 지나쳐 왔을 뿐이다. 헌데 이런 일들이 알고 보면 모두 내면의 목소리에 의해 유도된 하나의 선택이라면? 그리고 누군가 이런 무의식적 선택을 이용하고 있다면? 


이런 물음에 살짝 소름이 돋으면서도 애써 무시하며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웃으며 넘기는 당신에게 바로 이 책 ‘설득의 심리학’ 을 추천한다. 


애리조나 주립대학 심리학과의 교수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 은 내면의 목소리를 움직여 상대방의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들을 총 6가지의 설득원칙을 통해 설명하는 읽기 편하고 재미있게 쓰인 심리학 대중서다. 이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은 방금 돋았던 소름과 다르지 않다. 바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공감과 이해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베스트 셀러가 되자 3권까지 나왔더라



심리학의 대중화에 따른 훌륭한 심리학 교양서

하이 테크놀로지 시대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직접적인 것에서 점점 간접적인 것으로 향한다고 한다. 명석한 두뇌의 인재들이 NASA나 연구소보단 구글, EA사와 같은 인터넷 컨텐츠 기업을 선망하고 간접 성애산업이라 할 수 있는 포르노 경제가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 증거다. 마찬가지로 과학 역시 물리학에서 심리학으로 그 힘의 방향이 움직이고 있다. 마케팅은 이미 중요학문으로 대두 된지 오래고 그 속의 광고, 홍보까지 세분화되어 다른 줄기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성장의 중심에 바로 심리학이 있다. 이처럼 심리학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이 호기심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듯 안성맞춤으로 나타난 책이 바로 ‘설득의 심리학’ 이다.


현재 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피해의식의 심리학, 도시 심리학, 유쾌한 심리학, 괴짜 심리학 등 말만 붙이면 심리학이 되는 요즘이다. 헌데 이 수많은 심리학 책 중에서도 수년이 지나도 ‘설득의 심리학’ 이 그 빛을 바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대중의 언어로 쓰인 심리학 교양서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기본적으로 뇌 과학에 뿌리를 두는 만큼 비록 그 역사가 다른 학문에 비해 길지 못한다 하나 결코 접근하기 쉬운 학문은 아니다. 그러나 철저히 고객의 언어로 쓰인 ‘설득의 심리학’은 일상의 언어와 단어로 이루어져 누구나 편하고 쉽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어려운 이론이나 어지러운 설명 따윈 없다. 있다 해도 부차적일 뿐이다. 일상생활과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중심으로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희귀성 이란 첫 눈에 봐도 짐작 가능한 언어들로 풀어낸 설득법칙들은 심리학의 기본명제를 생각할 때 더욱더 그 가치를 느끼게 된다. 심리학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학문이 아니었던가? ‘설득의 심리학은’ 바로 이 심리학의 명제에 충실한 대중들의 언어로 풀어낸 훌륭한 심리학 교양서다.     



누구나 공감하지만 아무도 몰랐던 설득원칙

이 책은 먼저 6가지의 설득원칙을 차례대로 장을 나누어 차례차례 설명한다. 각 설득원칙을 이야기하고 이후 그에 맞는 실제 사례, 심리학 실험을 통해 이 주장을 뒷받침하고선 이런 설득전략에 대항하는 방어 전략을 이야기하며 끝맺는 순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풍부한 사례와 실험들은 제시된 6가지의 설득원칙들을 증명함과 함께 이해하기 힘들었던 사람의 심리를 겉으로 표면화하여 공감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묵과한 길거리 살인사건. 대중들은 살인을 방조한 그들을 놀라워하며 손가락질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 일이 단순히 개인의 인간성에 치부할 것이 아닌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에서 비롯된 문제라 말한다. 수십명의 익명들로 인해 책임감이 분산되고 불확실성이 배가 되어 일어난 일로 이를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라 명명하며 이해를 돕는다. 이 외에 2차 세계대전시 미군의 중공군 포로 세뇌 프로그램을 일관성의 법칙을 활용한 예라며 설명하거나 코미디 프로그램에 가짜 웃음을 들려주는 이유들 등 작게는 일상에서, 크게는 전쟁 프로그램까지 이 모두가 다 인간의 심리가 가진 보편적 법칙들에 기댄 것이라 설명하는 점에서 독자들은 이 설득법칙들에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상호성의 원칙. 일단 얼굴을 들이밀어라 그럼 몸통도 빠져나갈수 있다?



책 자체가 설득원칙에 의해 씌여졌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 자체도 제시한 설득원칙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앞에서 설명했듯이 이 책은 해당 설득법칙에 대한 풍부한 사례와 예시를 들어 공감을 사고 있는데 이는 설득법칙 3번째와 5번째로 제시된 사회적 증거의 법칙, 권위의 법칙으로 이해 가능하다. 일상에서 접하는 다수의 사례들과 권위 있는 실험과 심리학자들의 견해를 통해 책의 설득력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어 해당 설득법칙에 대항하는 방어 전략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설득법칙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사례들로 뒷받침 한 뒤 방어 전략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은 일관성의 법칙으로 독자들에게 빗장을 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시된 설득법칙들은 말 그대로 매우 설득력이 높다. 헌데 이 책은 이에 대항하는 방어 전략까지 가르쳐 주어 행동을 유도한다. 이 방어 전략을 실제로 사용하는 순간 우린 이 설득법칙들에 빗장이 걸려버리는 셈이 된다. 단순히 이해, 공감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사용, 행동까지 해버렸기에 우린 앞으로도 이 법칙들을 무조건적인 진실로 믿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 같지 않다

공감과 행동의 변화는 내 주변의 세계까지 정의하게 된다. 이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실려 유명해진 조선시대 문인 유한준의 구절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 같지 않다’ 란 문장이 잘 설명하고 있다.


설득의 심리학을 읽고 나면 이 구절대로 내 주변이 이전과 다르게 보이게 된다. 수번씩 접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주변의 설득법칙들에 잘 넘어가지 않게 된다. 그 진의를 알게 되고 그러함으로서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든다. 나아가 내가 행동함에 있어 주변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을 만날 때 훨씬 더 조심스러워 지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게 된다. 설득법칙들을 알게 되면 주변의 사람들이 이전과 같지 않게 보이며 동시에 그들로 인해 바라보는 내 모습 또한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설득은 절대 이용과 조종의 차원이 아니다. 사람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차원이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고선 절대 공감시킬 수 없다. 설득의 심리학엔 이런 방법론들이 충실히 그리고 알기 쉽게 담겨져 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다면, 나를 공감시키고 싶다면 설득의 심리학을 읽어라. 분명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비로소 세상이 나에게 바르게 다가올 것이다.   


원래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혜민스님이 답글을 달아주었다. 계정을 눌러보니 정말 혜민스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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