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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럼 Mar 16. 2016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10년 이지나도 유효한 메세지

가장 중요한 왜? 라는 물음

‘오늘 점심은 뭐 먹지?’ ‘날씨도 추운데 따뜻한 걸로 어떨까? 

몇 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지금 점심때마다 메뉴를 고민하는 모습은 대학생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장난스레 점심메뉴 고르는 게 사회생활 최고의 난제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이다.


이렇게 먹을 것에 대한 고민이라곤 메뉴 고르는 게 전부인 나에게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책이 있었다. 바로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란 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의 주제인 세계 기아문제는 사실 그리 낯설지는 않다. 피골이 상접한 채 배만 부어오른 소말리아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이미지이고 무엇보다 세계에서 기아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 중 하나인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 두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을 읽고 큰 공감과 가치를 느낀 건 세계 기아문제에 대한 단순한 의식 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잊고 있던 가장 중요한 문제를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왜? 라는 문제. 왜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할 때 누군가는 먹는 것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가? 라는 모순된 불균형에 대한 물음의 환기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기아문제에 대해 아이와도 같은 우리

이 책은 먼저 88만원 세대의 저자로 유명한 우석훈의 해제와 작가의 한국어판 서문으로 시작하여 본문이 시작하기 전부터 세계의 기아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시선을 정면으로 이끈다. 하지만 이어 나오는 본문에선 자신의 아이의 물음에 대답하는 형식을 통해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세계 기아문제를 바라보는 조금 완화된 호흡을 보여준다.


단순하고 명료한 아이의 물음과 간결하고 쉬운 저자의 목소리로 저자의 논리와 내용을 보다 쉽게 독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령 아이가 ‘곡물이 남아돌면서 왜 굶어 죽은 사람은 그렇게 많은지’, ‘소는 배 채우고 사람은 굶어가는 것인지’, 그리고 ‘난 왜 이 사실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는지’ 와 같이 직접적이고 명료한 질문을 하면 아빠인 지글러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와 문장으로 친절하게 답해주는 식이다. 


이 같은 형식은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 이상으로 독자의 공감과 이해를 돕는데 큰 힘을 발휘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아이의 시선이 우리와 닮아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단어를 인용해 다시 말하자면 우리 역시 기아문제를 체감하지 못하는 ‘북반구 사람들‘의 시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우린 세계의 절반이 굶주린단 사실을 알지 못하고 또 알더라도 가슴으로 공감하지 못한다. 농산물 폭락으로 인해 밭을 갈아버리는 뉴스가 나오고 조류독감으로 인해 몇만 마리의 닭을 폐사하는 모습을 본 우린 전 세계 3000만 명 이상이 심각한 기아상태에 있고 8억 2800만 명이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란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처럼 세계 기아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린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고 장 지글러는 이런 우리를 어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최대한 친절하고 쉽게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이 비참한 현실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출판 10년이 지났어도 이 책의 메세지는 유효하다


남이 아닌 우리의 문제

본문이 끝나면 부록으로 주경복 교수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글이 나온다. 서문의 우석훈 교수의 해제와 합치면 본문 외의 내용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 셈이 되는데 원문도 아닌 또 다른 서문과 부록을 한국 독자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인 장 지글러의 글만으로는 부족해서?


아니다. 그 이유는 아마 바로 세계 기아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문제임을 말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본문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현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그 뒤엔 바로 다국적 기업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세력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 신자유주의의 광풍 가운데 서있는 국가로 때문에 칠레 아옌데 대통령과 아프리카의 작은 국가 부르키나파소의 샹카라의 개혁이 실패한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즉 세계 기아문제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일정 부분 가해자인 동시에 얼마든지 피해자의 위치에 설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기아문제는 남이 아닌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에 우리의 행동이 기아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그 행동은 바로 신자유주의식 무한 성장 논리를 반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해제와 부록을 통해 독자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왜? 라는 물음

이 책을 읽고 나서 비로소 세계 기아문제에 대한 왜? 라는 물음의 방향은 바로 남이 아닌 우리였고 그 답 역시 우리가 풀어야 하는 물음이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세계 기아문제에 대해 아이의 시선과 다를 바 없던 우리를 똑바로 마주 보게 하여 남이 아닌 우리의 문제란 것을 깨닫게 해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매우 값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띄었음 한다.


그것이 바로 실제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행동가인 저자 장 지글러가 전하는 간절하고 소중한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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