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 속의 대화

익숙한 유혹을 다르게 마주하다

by 소소연

커피를 끊은 후에도 카페는 여전히 내 일상의 일부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잠시 머무는 공간.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그 공간이 주는 온도와 공기는 여전히 좋다.


오늘은 오랜 친구를 만났다.

테이블 위에는 친구의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내가 주문한 히비스커스 아이스가 나란히 놓였다.

유리잔 벽에 맺힌 물방울이 닮았다.

다만 한쪽은 진한 향을 품었고,

다른 한쪽은 투명한 붉은빛으로 빛났다.


친구가 커피를 젓는 동안

익숙한 향이 공기를 채웠다.

한때 나의 하루를 열어주던 그 향.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

‘한 모금만 마시면 어떨까?’

익숙한 속삭임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잔을 들어 히비스커스를 한 모금 마셨다.

입안에 퍼지는 새콤함이

그 유혹을 부드럽게 덮었다.

그건 ‘대체품’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새로운 맛의 중심이었다.


친구는 말했다.

“그래도 가끔은 마셔도 되잖아.”

예전 같았으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이제는 그냥 웃으며 말했다.

“응, 근데 지금은 이게 좋아.”

그건 의지의 대답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커피를 끊는다는 건

단순히 음료를 줄이는 일이 아니었다.

관계의 리듬, 대화의 방식,

하루의 템포를 다시 배우는 일이었다.

커피가 없으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사람은 여전히 좋고,

대화는 여전히 따뜻했다.

커피가 없다고 해서

마음이 덜 연결되는 건 아니었다.


카페를 나올 때,

문을 열며 스치는 커피 향이 여전히 좋았다.

그 향은 유혹이 아니라,

기억의 한 장면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 향을 지나쳐,

가벼운 발걸음으로 햇살 속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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