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둘째 주는 늘 이상하게 조용하다

by 소소연

오늘도, 조직보다 조금 빠른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그리고 이 시기만 되면,

기대도 아닌데 마음이 조용히 흔들린다.

승진 발표 시즌 특유의 공기 때문이다.


대학교는 겉으로는 차분하고,

안으로는 묘하게 긴장되어 있는 조직이다.

특히 12월 둘째 주.

빛은 차갑고, 캠퍼스는 시험 때문에 조용하고,

교직원들만 눈치 보며 하루를 미세하게 살아간다.


나는 평소에 조용한 사람이 아니다.

ENFP의 전형처럼

아이디어가 넘치고,

사람 만나면 에너지가 생기고,

행사 한 번 맡기면 발로 뛰며 현장을 굴렸다.

좋게 말하면 적극적이고,

안 좋게 말하면 빠르다.

어쨌든 나는 늘 “움직이는 사람” 쪽이었다.


그런데 이 시기만 되면,

그 ‘움직임’이 잠깐 멈춘다.

아니, 멈춘 척한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속은 묘하게 차분해진다.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는 거겠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두면서도

말 끝이 늘 흐린다.




사립대 조직의 승진은

누가 얼마만큼 일했는지보다

누가 누구와 오래 지냈는지,

누구에게 편하게 보였는지,

누가 불편하지 않은 사람인지가

은근히 더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매년 겨울 이 즈음이 오면

잠시 기대하고,

바로 체념하고,

그러고도 또 괜히 신경이 쓰인다.


기대한 적 없다면서

발표가 난 날엔

마우스 스크롤을 천천히 밀어서 내리고,

내 이름을 찾지 않는 쪽이 오히려 마음이 덜 복잡해진다.


이제는 이 모든 과정이

내 12월 루틴이 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승진이 뭐 그렇게 중요해요?”

그 말이 틀리진 않았다.

나도 안다.

직급이 사람의 가치를 정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직급이

사람을 ‘보는 방식’을 정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게,

내 마음을 매년 조금씩 건드린다.


나는 늘 열심히 일해왔고

기획하면 결과를 냈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오면 바로 현장으로 뛰었고,

그럭저럭 내 자리에서 잘 버텨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승진이 오르는 속도만큼은

늘 나와 어긋났다.




12월 둘째 주가 되면

내 속도와 조직의 속도가

서로 얼마나 다른지

참 정확하게 드러난다.


빠르게 움직이는 나는

잠시 멈춰 서고,

느리게 움직이는 조직은

그 느림으로 나를 조용히 감싸버린다.

마치 “올해도 아닐 거야.”라고

부드럽게, 그러나 단단하게 말하는 것처럼.


그래도 나는 괜찮다.

그냥 이런 계절을

15년쯤 지나온 사람의 담담함이랄까.

어차피 살아지고,

어차피 버텨지고,

작은 움직임이 나를 살게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이제부터 하나씩 꺼내 보려 한다.

대단한 건 없지만,

버티는 이야기는 늘 그렇다.


조용히 시작해서,

조용히 마음을 바꿔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