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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Jun 07. 2023

진안 여행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중에는 진안군을 배경으로 하는 게 많다. 지역으로 따지면 1위일 것이다. 채널명은 <그까이거>, <먹두리>, <진안고원 산골 이야기> 등이다.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전라북도 사투리를 쓴다. 듣고 있으면 귀가 편안해진다. 내 고향 또한 전라북도 정읍이다. 그들을 보면 부모님의 젊은 시절, 동네 형, 친구들이 떠오른다. 내가 채널을 자주 보는 이유다.


지난 5월 27일부터 5월 29일까지 진안 여행을 다녀왔다.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렜다. 오랜만에 고향에 가는 것 같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진안 여행에 왔다. 그 이후로 처음이다. 아이들은 이제 고등학생, 중학생이 됐다. 이제 같이 가자면 손사래부터 치는 나이가 됐지만, 이번 여행은 그러지 않았다. 


여행 당일,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렸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아이들은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불렀다. 진안으로 가는 고속도로에는 유난히 높은 산이 많다. 산에 낀 게 구름인지 안개인지는 모르겠지만 운치가 있다. 두 시간쯤 지났다. 두 개의 바위가 우뚝 솟은 마이산이 보인다. 예전에도 감탄했던 게 떠올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홍삼 스파에 내려 주고 숙소를 찾았다.


숙소는 외사양 농촌 휴양 마을에 잡았다. 마을 주민이 함께 운영하는 데 같았다. 방을 둘러 봤다. 깨끗하고 쾌적했다. 편백 향도 좋았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안내하는 분의 구수한 사투리였다. 이것저것 자세히, 친절히 설명했다. 다락까지 있어 별이 뜨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짐을 정리하고 마이산으로 이어진 임도를 걸었다. 귀에 꽂은 이어폰을 뺐다. 산새 울음소리가 더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봄꽃과 어우러진 마이산의 두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천국의 계단을 지나 암마이산 정상까지 올랐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땀을 식혀 주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도 그랬다.


저녁에는 아이들과 바비큐로 식사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은 어느새 커서 고기를 구워 날랐다. 아이의 성장과 부모를 찾는 시간은 반비례하는 것 같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배가 부를 무렵, 빗방울이 굵어졌다.


진안은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다. 이번 여행 내내 비가 내려 가보려고 했던 곳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그 아쉬움은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로 채우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여자 농구선수 중엔 진안이 있다. 그녀는 성장 가능성이 큰 미완의 선수다. 그녀는 지난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최우수 선수가 됐다. 진안도 최우수 문화 관광도시가 될 것 같다. 

진안 마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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