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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산책 Aug 21. 2020

취향이 같았다면 더 행복했을까?

그래서 이야깃거리가 많은 건지도

신랑은 드라마, 영화,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감동적인 이야기나 남의 얘기에 통 관심이 없다.

반면에 우리와 같이 여행 다니는 가족은 드라마, 영화, 버라이어티 등을 함께 보고, 서로 감상평을 나눈다. 나는 그것이 참 좋아 보이더라.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조차 전혀 관심이 없는 신랑. 우리 집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재미있게 본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다.


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책뿐만 아니라 드라마로 간접 경험과 감정이입을 하면서 잘 웃고, 잘 운다. 언제나 혼자 보고 눈물 흘리는 찌질이가 되어 있다. 그러면 가족들은 

'우리 엄가(아내) 왜 저러시노?'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어느 때는 눈이 벌게진 나를 보고 

- 엄마, 무슨 일 있었어? 

라고 물었다가

- 책이 너무 슬퍼서 / 드라마가 너무 감동적이야

라고 말하면 대꾸해줄 말이 없어 그냥 내 등을 토닥여주고 가던 길을 간다.

다행히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 않고, '우리 아내(엄마)는 원래 감성적인 사람이니까'라고 생각해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신랑과 내가 취향이 같았다면 더 행복했을까? 우리는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 다른데 어떻게 서로에게 끌렸던 걸까?     


그는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만능이다. 목공은 물론 도배, 수도 고치기, 전기 배선, 페인트칠 등 못 하는 것이 없다. 목공은 전문가 수준이지만(내가 보기에) 여전히 유튜브로 공부한다.

그는 실제적인 것, 손에 잡히는 것, 실용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느껴지네.) 그러니 나처럼 감상에 젖는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한다. 이유는 직업이 같기도 하거니와 그가 새로 알게 된 것, 해야 할 작업, 구상한 것에 대해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과묵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설명해달란 적도 없는데 그는 말하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한다.

다행히 나는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치는 데 소질이 있다. 뿐만 아니라 궁금한 것이 많아서 듣다가 이해가 안 되면 물어본다. 그럼 또 신랑은 신이 나서 이야기하며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한다. (신랑이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았나 보다.)


연애와 신혼 때에는 나이 차가 있어 나에 비해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많았다. '어쩜 이렇게 박식한가?'하고 믿음직스러웠는데. 지금은 서로 다른 부분에 관심과 지식이 있고 그것에 대해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이야깃거리가 많은 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가끔은 같은 책이나 드라마를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신랑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이번 생에 덕을 많이 쌓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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