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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산책 Aug 25. 2020

원수가 되는 건 순식간이야

우리는 지켜야 할 선을 하나씩 배워간다

우당탕탕 쿵탕당


- 무슨 소리야?

- 집어던지는 소리.

- 어디서 나는 소리야?

- 아랫집인 것 같은데.

-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사시지 않나?

쨍그랑

그리고는 고요가 찾아왔다. 그 고요 속에서 감정을 어떻게 추스를 것인가? 그 괴로움을 어찌 감당하려고 저렇게 분노를 표출하는 걸까?     

 

우리가 빚을 다 갚기 전, 신랑은 적은 용돈을 받았다. 그는 틈만 나면 용돈 인상을 위해 협상하려고 했다. 난 용돈이 없었지만 한 달에 1번 정도는 나를 위한 기분전환용 저렴한 옷을 사던 때였다.

가족끼리 점심을 먹다가 신랑의 용돈 협상이 들어왔고, 그렇다면 나도 당신의 용돈만큼 옷을 사겠다고 말했다. 그의 용돈은 대부분 목공 도구를 사는 데 사용하던 때였다. 그는 자신이 쓰는 돈은 생산적인 것이고, 내가 쓰는 돈은 소비적인 것이기 때문에 같다고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나는 말했다.

당신도 당신의 행복을 위해 쓰고, 나도 내 행복을 위해 쓰는 거니까 같은 거 아니야?

  

신랑은 말도 안 된다고 말하며,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엄마 말씀도 맞고, 아빠 말씀도 맞아요.


그는 속이 상해 있었다. 자신의 목공이 어떻게 옷 사는 것과 비교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서먹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가 되어, 침대에 누워있는 신랑 옆으로 갔다.

- 아직도 기분이 안 좋아?

- 이리 와. 옆에 누워 봐.

그가 다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뒤에서 나를 안아주었다... 가 아니고 팔로 목을 감으며 말했다.

- 어떻게 목공을 옷 사는 것과 비교할 수 있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기도가 막혀버린 것이다. 약 7초간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신랑이 팔을 풀었을 때 나에게서는 욕이 나왔다. (내 의지가 아니었다. 정말 저절로 나왔다.) 그 순간 느낀 분노를 표현한다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가 맞을 것이다. 이렇게 화가 나면 단명할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몸으로 느껴지는 분노!


- 뭐 얼마나 생산적인 일을 한다고 그래. 당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그걸로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뭐 대단한 일을 한다고 나한테 이래.

버럭 소리를 지르고 방을 나왔고, 아이 방에 들어가 엉엉 울었다.     


저녁이 되었다. 그가 주섬주섬 일어나 저녁을 차렸다. 한마디 말도 없이 우린 밥을 먹었다. 그가 설거지를 하고 나에게 왔다.

- 진짜로 목을 조를 생각은 없었어. 장난칠 생각이었는데. 미안해.

- 나도 욕할 생각은 없었어. 저절로 나온 거야. 미안해.     

  

원수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아무리 장난이었다 한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함께 살 수 있을까? 신랑은 이제 그런 장난은 하지 않고, 나도 그의 취미(목공)를 존중한다.

 

그런 일이 있은 지 1주일 후, 지인 부부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를 잘 아는 두 사람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우리도 함께 웃을 만큼 회복되었지만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가진 좋은 점은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만한 일은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지켜야 할 선을 하나씩 배워간다. 18년을 함께 살았는데 아직도 배울 것이 남아있나? 배움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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