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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회사에 입사하다

by 솥귀

2009년 애플이 스마트폰을 세상에 선보이면서 전 세계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다. 스마트폰은 이제 통신 수단을 뛰어넘어, 우리 삶의 수많은 순간에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필수품이 되었다. 예전에 은행 창구나 컴퓨터 앞에 직접 앉아야 가능했던 업무도 이제는 손바닥 안에서 몇 번의 터치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고, SNS·모바일 쇼핑·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정보 습득과 소비 생활 전반에 걸쳐 새로운 문화가 정착됐다.


출시된 지 15년이 흐른 지금, 당시와 비교하면 스마트폰의 성능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성능’만 좋아졌을 뿐, 근본적인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늘 그랬듯이, 기술적 변화가 잠잠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튀어나와 시장을 뒤흔드는 일이 반복돼 왔다. 스마트폰이 한때 정체되어 있던 휴대폰 시장을 뒤집어 놓았던 것처럼, 언젠가 또 다른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해 스마트폰을 대체하게 될지도 모른다. 공학을 전공하는 내게는 이런 변화를 읽고 커리어를 설계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다음 혁신은 무엇일까?


나는 스마트폰의 차세대가 ‘On-device AI Agent’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게 틀렸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건 적어도 'AI'라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기존 스마트폰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에 “애플 인텔리전스”, “메타의 Next generation glasses”, “갤럭시 AI”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


졸업 후 이 분야에 뛰어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면서도 스마트 디바이스를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이면 best였다. 국내에서는 결국 삼성전자가 유일한 선택지였다. 구체적으로는, 갤럭시나 가전제품 등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X'가 유일한 선택지였다. 갤럭시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에 AI를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었는데, 이게 참 유망해보였다.


그래서 나는 삼성전자 DX 부문 선행 연구소(ㅅㅅㄹㅅㅊ) 라고도 불린다)에 졸업 후 입사하기로 했다. 나는 갤럭시에 탑재되는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만들 계획이다.


내가 근무하게 될 건물이다. 서초구 우면동에 있지만, 사실 과천에 더 가까운 곳이라 교통이 다소 불편하다. 차를 사야 하나..

사실 입사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문제가 될 것 같아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삭제하였습니다. (25년 3월)


이런 순서로 진행됐는데, 도중에 네이버에서 일하며 코딩 테스트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코테는 여러 번 떨어진 끝에, 네이버를 퇴사하고 나서야 겨우 통과했다. 솔직히 “코테 벽을 넘지 못해 입사하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다.


취업은 쉬울거라고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요즘 핫하다는 AI 전공 박사에 논문 실적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문 실적이 나쁘진 않았다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게다가 회사 인턴 경험도 두 번이나 있었으니까 말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올해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것과 더불어 전과는 달리 이제 회사들에서도 AI를 이용하여 앞으로 어떻게 수익을 낼지 방향성이 정해진 상태였으며, 그 과정에서 박사 졸업생에 대한 수요도 줄기 시작한 상태였다. (이와 관련하여 NYU의 조경현 교수님이 정말 좋은 글을 써주셨다: https://kyunghyuncho.me/i-sensed-anxiety-and-frustration-at-neurips24/). 나는 정말 운이 좋아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겸손이 아니다.


아무튼. 최종 합격하여 입사를 기다리고 있고, 지금은 여유로운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휴학 한 번 없이 정말 열심히 달려오기만 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한가로운 시절은 처음인 것 같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하게된 계기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이다..) 이 시간을 통해 그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앞으로의 커리어를 대비하면 좋을 것 같다.


아마도 향후에는 현재 회사와 관련된 글을 자주 쓰지 않을 것 같다. 몸담게 될 회사이다 보니 조심스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 경험한 것들을 언젠가는 다른 방식으로나마 공유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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