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나 자신을 아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체감하게 됩니다. 특히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스스로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지가 결국 최선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핵심 요인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최근 삼성리서치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도 오퍼를 받았었는데, 두 회사 중 한 곳을 선택하기 위해 현직자들과 커피챗을 해보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았지만, 결국 마지막 결정은 제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1. 내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2.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3. 나는 무엇을 싫어하는지,
4. 내 분야에서,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5. 나는 언제 행복감을 느끼는지,
6. 나는 언제 불행함을 느끼는지,
7. 나는 어떤 사람과 시너지가 잘 나는지,
8. 나는 어떤 사람과 일할 때 스트레스 받는지,
9. 나는 해결방법에 자유도가 있는 일을 선호하는지
10. 등등
그런데 제가 이 질문들을 진지하게 해본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 솔직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삶의 경험을 해석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시간 없이, 저는 늘 어딘가로 뛰어가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늘 바쁘게 지내다 보니, 내 경험이 실제로 내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주는지 돌아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버텨야 한다”, “잘해내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달려왔을 뿐,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매번 ‘경험’을 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의식적으로 성찰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대외활동, 동아리, 인턴, 해외여행 등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경험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내가 무엇을 느꼈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으며, 또 어떤 행동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는지를 성찰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당연시하던 믿음과 가치관을 다시금 떠올리고 재해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100명 중 99명이 좋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렇지 않은 1명일 수도 있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따금 ‘통계’를 ‘가치’로 오인하는 오류를 범하곤 합니다.)
사실 자기성찰(Self-reflection)과 같은 개념은 교육학에서도 아주 잘 알려진 개념입니다. 현대교육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John Dewey(1859-1952)는 “경험이란 단순히 무언가를 해보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그 행위의 결과가 인간 내부의 변화에 반영되어 연결될 때 완성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주장이 무척 인상 깊은데, 실제로 성찰이 없었더라면 지나간 경험은 그냥 스쳐 지나갔을 ‘이력서 한 줄’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일상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습관을 기르려고 노력합니다. 내 감정이 어디에서 왔는지, 지금 느끼는 욕망과 목표가 진정한 것인지, 아니면 열등감과 같은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특히, 이런 생각의 과정을 글로 써보면 막연하거나 복잡해 보이던 것들이 명료하게 풀릴 때가 많습니다.
만약 나중에 제게도 아이가 생긴다면, 그 아이가 여러 가지 경험을 할 때마다 ‘왜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 ‘이 경험은 나한테 어떤 의미일까?’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누구도 대신 답해줄 수 없습니다. 다만, 자기성찰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알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삶의 행복도를 높이는데 분명히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중요) 물론, 어쩌면, 그냥 저의 개똥철학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