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만든 공포이자 우화
'데일리 메일'의 평가가 가장 적합하겠다. 규정할 수 없는 영화. 분명 재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빼어나게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지만, 단순히 재밌다고 말하기에는 그 한계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흑인 남자가 여자친구의 본가에 갔다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다는 <겟 아웃>은 작년에 등장했던 <맨 인 더 다크>를 연상케 한다. 저예산 스릴러/공포로 신인 감독의 작품이고,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국내에 소개됐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향하는 방향성은 다르다. <맨 인 더 다크>가 스토리의 특이점(약자로 보였던 이가 강자였다)에서 돋보이는 창의력이 있다면, <겟 아웃>은 '닫힌 사회'를 변주한 스토리에 곳곳에서 인종 차별에 대한 미장센이 빛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쪽은 전자고, 후자는 요소들을 응시할 만한 섬세함이 있다.
<겟 아웃>만 떼놓고 얘기하자면, 신경을 긁는 불쾌함이 끈덕지게 드러붙는 영화다. 하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그 느낌이 덜하다. 뻔한 이야기에도 <겟 아웃>이 주는 몰입감은 영화에서 '공백의 공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처음 크리스가 아미티지 가(家)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조우를 가까이 잡지 않고 멀찍이서 보는 '시선'을 형상화해 의뭉스런 분위기를 형상화하고, 반대로 로즈와 크리스가 다시금 마음을 확인할 때는 클로즈업 쇼트들로 의심의 여지없는 사랑을 포착한다. 인물들 간의 미묘한 경계선도 그 거리감을 그대로 전한다.
그 와중에도 감탄하게 되는 건 스토리의 전개에 맞춰 하나씩 눈에 딱 보이는 상징들이 있다는 것. <겟 아웃>이 꽉 찬 영화의 느낌을 주는 것도 관객들이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게 상징적인 물건들을 하나씩 제시되기 때문이다. 죽은 사슴부터 가족 사진, 차 등등.
비밀스런 분위기와 오브제의 활용으로 <겟 아웃>은 장르 영화라는 태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물론 인종차별을 주요 소재로 택했으니 그만큼의 무게감을 가져야만 했지만, <겟 아웃> 속에 담긴 외로움은 절절할 정도로 정확하다.
정말 신선하다고 느꼈던 지점은 크리스의 태도이다. <겟 아웃>은 강자(백인)가 약자(흑인)를 동경하면서 동시에 착취하는 내용인데, 크리스 역시 스스로 백인을 외부인 취급하며 끊임없이 다른 흑인들에게 내부의 문화(슬랭어나 말투 등)로 동질감을 느끼려고 한다. 물론 타인종 사이에 놓인 외로움이야 필자가 짐작할 수 없겠다만, 아무리 그래도 파티에 온 손님을 흑인이란 사실만으로도 단번에 친근감을 드러내는 것도 적당해보이진 않는다. 이는 조던 필 감독이 느낀, '흑인 사회'의 자가 반성이 아닐까 싶었다.
깊이 사고해야 할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 자체의 재미도 충분한 <겟 아웃>은 우리 사회에서 그래도 미국 사회만큼의 큰 파장을 남기진 못하고 있다. 이는 곧 <겟 아웃>이 다루는 소재가 아직 우리에겐 피부로 와닿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 관객들처럼 <겟 아웃>은 과대포장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능수능란한 테크닉은 분명 조던 필 감독의 다음 영화에서도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