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궁지에 몰린 주인공을 보는 재미
우리나라 최초 개봉에, 북미에서도 시사회 전무. <미이라>는 '다크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작이면서도 어쩐지 몸을 굉장히 사리는 듯했다. 보통 '늦은 공개'는 내부적으로 '망작'이라고 판단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으니 <미이라> 역시 큰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까보니 다른 건 몰라도 '재미'만은 확실한 작품이었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늘 그렇듯, 완벽하긴 힘들다. 욕심을 부리면 균형이 무너지기 십상이고, 그렇다고 대중적인 재미만 잡으면 말마따나 '다른 거 보면 된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미이라>는 그런 점에서 적당히 욕심내고, 꽤 재밌는 '좋은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느꼈다.
기본적으로 호러+액션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미이라>는 호러 영화가 가진 서프라이즈를 자주 사용하는데, 아주 미세하지만 그 리듬감이 일반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다. 반 템포 정도 늦거나 빠르거나 아예 한 번 쉬고 들어가는 식이다. 호러의 방식에서 서프라이즈 효과만 사용했다는 건 아쉽지만, 이 리듬감 변주는 나름의 재미를 안겨준다.
또 요즘 다른 영화에서 보기 힘든, 정말 극도로 궁지에 몰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그 자체로도 재밌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대세가 히어로 영화다 보니 그간 '언젠가 이기겠지'나 '이기는 걸 보러 가야지' 했던 느낌이 확실히 드물어서 몰입감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명백히 호불호가 갈리는 건 이유가 있다. 설명이 많은 초반부와 중반부는 영화 전체의 흐름에서 봤을 때 너무 느린 감이 없잖아 있다. 특히 오프닝은 정말 설명을 위해 만들어진, 그것도 중반에 들어가도 좋을 걸 '다크 유니버스'를 위한 설명이 중반에 배치되니까 오프닝을 맡긴 느낌이 든다.
다만 중간 부분은 필자 입장에선 무척 좋았다. 개인적으로 세계관의 떡밥이나 묘사를 무척 좋아하는 취향이기 때문에 지킬과 하이드에 대한 묘사나 그 와중 벌어지는 깨알 개그들이 마음에 들었다. 하이드가 그냥 '헐크'가 아닌 속된 말로 '아가리 파이터' 기질이 있는 것도 몹시 좋았고!
가장 큰 문제라면 모튼과 제니 사이의 감정선일 것이다. 사실 예고편만 봤을 때는 부부처럼 보일 만큼 아끼는 사이 같았는데 막상 영화에서는 '왜 이 정도로까지…?'란 생각이 절로 들만큼 묘한 사이였다. 아마 모튼이 그만큼 선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모양인데, 썩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요 근래 봤던 영화 중 '재미'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자신의 본분을 알고 그걸 최대한 영리하게 이용한 영화라 생각한다. 다음 작품이 완전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오히려 불안한 감도 있지만, 유니버설의 '믿보' 프랜차이즈가 하나 늘었다고 기대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