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이라

제대로 궁지에 몰린 주인공을 보는 재미

by sothaul
movie_image.jpg

우리나라 최초 개봉에, 북미에서도 시사회 전무. <미이라>는 '다크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작이면서도 어쩐지 몸을 굉장히 사리는 듯했다. 보통 '늦은 공개'는 내부적으로 '망작'이라고 판단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으니 <미이라> 역시 큰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까보니 다른 건 몰라도 '재미'만은 확실한 작품이었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늘 그렇듯, 완벽하긴 힘들다. 욕심을 부리면 균형이 무너지기 십상이고, 그렇다고 대중적인 재미만 잡으면 말마따나 '다른 거 보면 된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미이라>는 그런 점에서 적당히 욕심내고, 꽤 재밌는 '좋은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느꼈다.


movie_image (3).jpg

기본적으로 호러+액션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미이라>는 호러 영화가 가진 서프라이즈를 자주 사용하는데, 아주 미세하지만 그 리듬감이 일반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다. 반 템포 정도 늦거나 빠르거나 아예 한 번 쉬고 들어가는 식이다. 호러의 방식에서 서프라이즈 효과만 사용했다는 건 아쉽지만, 이 리듬감 변주는 나름의 재미를 안겨준다.


또 요즘 다른 영화에서 보기 힘든, 정말 극도로 궁지에 몰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그 자체로도 재밌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대세가 히어로 영화다 보니 그간 '언젠가 이기겠지'나 '이기는 걸 보러 가야지' 했던 느낌이 확실히 드물어서 몰입감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명백히 호불호가 갈리는 건 이유가 있다. 설명이 많은 초반부와 중반부는 영화 전체의 흐름에서 봤을 때 너무 느린 감이 없잖아 있다. 특히 오프닝은 정말 설명을 위해 만들어진, 그것도 중반에 들어가도 좋을 걸 '다크 유니버스'를 위한 설명이 중반에 배치되니까 오프닝을 맡긴 느낌이 든다.


다만 중간 부분은 필자 입장에선 무척 좋았다. 개인적으로 세계관의 떡밥이나 묘사를 무척 좋아하는 취향이기 때문에 지킬과 하이드에 대한 묘사나 그 와중 벌어지는 깨알 개그들이 마음에 들었다. 하이드가 그냥 '헐크'가 아닌 속된 말로 '아가리 파이터' 기질이 있는 것도 몹시 좋았고!

movie_image (1).jpg 의외의 발견…


가장 큰 문제라면 모튼과 제니 사이의 감정선일 것이다. 사실 예고편만 봤을 때는 부부처럼 보일 만큼 아끼는 사이 같았는데 막상 영화에서는 '왜 이 정도로까지…?'란 생각이 절로 들만큼 묘한 사이였다. 아마 모튼이 그만큼 선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모양인데, 썩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movie_image (2).jpg 과연 '원나잇 커플'이 이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요 근래 봤던 영화 중 '재미'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자신의 본분을 알고 그걸 최대한 영리하게 이용한 영화라 생각한다. 다음 작품이 완전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오히려 불안한 감도 있지만, 유니버설의 '믿보' 프랜차이즈가 하나 늘었다고 기대해보려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원더 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