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시작됐기에 숭고한 영웅(들)
정말 군더더기가 없는 영화다. 96분이란, 요즘 영화치고 짧은 상영시간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짧다'가 아닌 '잔가지가 없다'는 느낌은 분명 작품의 의도가 명확하고 이걸 구현하는 과정도 방향성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무척 단순한 영화다. 일명 '허드슨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US 에어웨이즈 1549편 불시착 사고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렸다. 심지어는 공식 시놉시스마저 "2009년 탑승객 155명 전원이 생존한 비행기 추락사고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 이 한 줄이 끝이다.
그렇지만 그래서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이하 설리)>가 간단한 영화라는 건 아니다. 분명 사건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해도 거기엔 의도된 시선이 들어가 있다. 예컨대 이런 사건을 다루면서도 '다큐멘터리 같다'는 평을 듣는 '블러디 선데이' 등의 영화와는 지향점이 다르다.
먼저 이 영화는 극 중 톰 행크스가 연기한 설리 슐렌버거의 수기를 원작으로 했고 실제로 그가 자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원제 역시 부제가 없는 <설리(SULLY)>인 것처럼 이 작품은 철저히 설리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영화 첫 장면부터 '잘못된 선택'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의 상상이고 영화 중간에도 몇 번이나 설리는 그 '악몽'을 목도한다. 작중 대사처럼 그 역시 '155명 중 한 명'인 것을 문득 느끼게 해주는 지점들이다.
그래서 <설리>는 화면의 심도를 통해 설리를 개인으로 가둬두기도 한다. 부기장인 제프 스카일스(아론 에크하트)와 함께 길을 걸을 때 두 사람을 빼고는 아웃포커싱으로 처리하기도 하고, 제프가 그를 변호하는 순간에도 설리 자신은 초점에서 빠져있기도 하다. 그건 조력자인 제프조차도 그의 심적 부담감을 온전히 덜어주지는 못한다는 걸 은연중에 암시한다.
반대로 설리 외의 인물을 영화 중간에 보여주기도 한다. 1549편의 탑승객은 물론 배의 선장, 해안구조대 등 이들의 일상을 짤막하게나마 관객에게 보여준다. 추측컨대 그건 이 사건이 극적인 요소, 인위적인 위기가 아닌 일상 속에서 비집고 일어난 사고임을 부각한 것이다. 이들의 일상이 어떤 사고와 마주쳤을 때, 그럼에도 일사불란한 그 모습이야말로 진짜 '영웅'임을 (영화 말미에서 설리의 입을 빌려 말하지만) 정확하게 전하는 셈이다.
때문에 <설리>는 개인의 시점으로 시작하지만 더 넓게 확장되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감동 실화'로만 치부하기에는 영화적인 장치들도 곱씹어볼 만하다. 또 모든 장면에서 (어떤 의미로든) 가슴이 뛸 수밖에 없는 비행 씬들 역시 추천할 만하다.
+ 마음 아프게도 <설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더욱 크게 다가오는 작품인 건 확실하다. 빼어난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은 둘째 치더라도 사고와 여파, 후유증을 그린 것만으로도 묵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