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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스 플랜

'나'로 사는 게 지치는 이들에게

by soth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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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고, 혹은 취향 타지 않는 적당한 로맨틱 코미디. 때로는 썰렁하게 보일 미국식 코미디마저 유쾌함으로 채워낸 <매기스 플랜>은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어처구니없는 삼각관계를 위트 있고,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고민을 적당히 양념질했다. '플랜'이란 말이 있어 다소 꽉 짜인 플롯을 가지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어딘가 헐렁한 전개들로 인물들과 상황들을 더욱 빛내는 작품이다.


<매기스 플랜>이 정말 재밌는 건 주인공 매기(그레타 거윅)이란 캐릭터가 무척 주관적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싫지만 엄마는 되고 싶어서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이 여성은 주체적인 선택들을 하는 것 같지만 존(에단 호크)을 만난 이후에는 내심 그의 행동들에 심기가 불편해진다. 그레타 거윅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프란시스 하>의 프란시스처럼 매기 역시 그 매력이 독보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프닝부터 매기와 만나는 토니(빌 헤이더)부터 범상치 않은 성격을 드러내더니 존, 조젯(줄리안 무어), 가이(트래비스 핌멜) 등 나오는 인물들은 전부 미묘하게 나사 빠진 모양새다. 하지만 그 결점들은 모두 배우 자체가 가진 아우라와 영화에서 보이는 대사나 상황과 결함 하면서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할 절묘한 매력으로 거듭난다. 특히 가이가 수학에 대해 얘기할 때, 그의 모습은 여전히 '아저씨'이지만 세심하면서도 현실적인 이면에 내심 감탄하게 된다.


몇몇 관객들의 푸념처럼 '막장드라마'에 가까운 스토리라인도 이 영화가 가진 긍정적이고 위트 있는 분위기로 포장돼 무겁게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 속 인물들이 진지하기에 웃음이 난다는 코미디의 법칙에 충실한 <매기스 플랜>은 그 속에서 잊지 못할 연민까지도 짚어낸다. 영화에서 가장 으뜸으로 뽑고 싶은 게 대사로 여겨질 만큼 곳곳에 좋은 대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웃다가도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삐걱거리는 바퀴에는 기름칠해주면서 선인장에는 물도 안 주는 거냐"라고 타박하는 매기의 모습은 어딘가 짠한 구석이 있다.


좌충우돌의 상황과 역설적인 표현 때문에 우디 앨런의 작품들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때때로 냉소적인 느낌이 강한 그의 작품들과 정반대로 이렇게 우왕좌왕해도 되는가 싶은 점들이 장점이다. 최근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들 목록에 <매기스 플랜>을 살짝 올려놔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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